결혼의 역사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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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역사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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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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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작가 수전 스콰이어`아이 돈트(I Don't)’출간
아담부터 루터까지 결혼-사랑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을 사랑의 결실로 `포장’하는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혼인관계 밖에서 찾는 게 바람직하며 부부가 정서적으로 또는 성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부적절하다고 여기던 문화가 버젓이 존재하던 시대도 있었다.
 `아이 돈트’(뿌리와이파리 펴냄)는 `아슬아슬한 균형’,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등 결혼과 가족에 대한 책을 썼던 미국 작가 수전 스콰이어가 결혼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이한 책이다.
 이 책은 결혼제도의 변천사나 인문사회학적 의미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묵직한 학술서는 아니다. 저자는 성서 속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에 이르기까지 불평등한 계약에 가까웠던 결혼이 낭만적인 사랑과 결합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 쓰듯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과일을 따 먹었다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야기는 “아담이 아내의 말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낙원에서 쫓겨났다”고 묘사된다.
 창세기가 집필됐던 시기에 기독교인들은 남편이 아내를 다스리는 관계가 당연하다고 믿었다. 이런 관계를 아예 `하느님 말씀’으로 못박아 아내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남편은 어리석은 자라는 가치관을 심어놓으려 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그 이후 서구 문명의 결혼사는 `억압과 핍박의 역사’다. 혼인은 끈끈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기는 커녕 거래이며 계약인 경우가 많았다. 후손을 본다는 목적으로 어쩔수 없이 유지되기는 했으나 신성한 일로 존중받지는 못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정력을 헛되이, 즉 자녀 출산 외의 목적으로 썼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는 남자의 이야기가 버젓이 등장하며 그리스에서는 아내의 위치가 아이, 노예와 비슷했다.
 사도 바울은 성욕을 해결하는 도구로 결혼을 권했는데 300년쯤 뒤에 나타난 아우구스티누스는 출산 외의 목적으로 부부간 성관계를 갖는 것도 간음이라고 선언했다. 6세기에 시작된 참회고행 지침서를 보면 부부간 성관계를 제약하는 핑계가 하도많아 1년의 절반 이상은 금지된 날이었다.
 그 사이에 사랑은 `등 뒤에서’ 싹을 틔운다. 혼인을 통한 신분, 명예, 금전의 이득을 볼 가능성이 없는 하층민 사이에서나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가능했고, 이를 부러워한 귀족층은 궁중연애와 같은 불륜관계에 빠져들었다.
 결혼은 신분 높은 남편 또는 정숙한 아내와, 사랑은 열정적인 애인이나 정부와 하는 이중 관계가 꽤 오랫동안 지속했다.
 사랑이 결혼과 결합하는 시대가 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에서 그 첫 사례로 제시된 것은 흥미롭게도 16세기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다. 저자는 루터를 `동료 수사들과 수녀들에게 얼른 결혼해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라고 주장한 결혼 실천운동가’로 묘사한다.
 루터는 수사들과 수녀들을 열심히 결혼시키고 나서 자신도 수녀였던 카타리나와 결혼했다. 그 역시 아내의 역할을 집안일에 한정한 가부장적인 가장이었으나 카타리나의 능력과 성격을 칭송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참신한’ 인물이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이 책에는 역사와 종교, 문학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풍성하게 담겨 읽는 즐거움이 있다. 결혼문화의 기이한 변화상과 가부장제의 허점을 후벼 파는 저자의 펜은 신랄하고도 익살스럽다.
 박수연 옮김. 33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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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야 볼 수 있는 이야기들

숀 탠`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출간…기묘한 그림과 함께 인간의 내면 그려내
 
 
 중국·말레이시아계 호주 작가 숀 탠의 그림책들은 기묘하고도 아름답다.
 첫눈에는 외롭고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다음 순간 더없이 따뜻한 느낌을 안기는 그림들과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동화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한 이야기가 있다.
 작고 소중한 것들을 노래한 `잃어버린 것’, 절망하는 이들을 위로한 `빨간 나무’, 이주민들의 혼란스러움과 외로움을 그린 `도착’ 등 전작들의 고요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최근 번역 출간된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사계절 펴냄)에도 녹아 있다.
 이번 책에 담긴 짧은 글 15편은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이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동네 맨 끝의 빈터에 사는 물소는 세상사에 무관심하지만, 누군가가 길을 물으면 발굽을 들어 정확한 방향을 가리킨다. 물소가 떠나버리자 사람들은 그제야 그 빈자리를 아쉬워한다.
 외국에서 찾아와 집에 잠시 머물던 교환학생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떠나버리자 가족들은 어리벙벙해지지만, 그가 남기고 간 흔적에 감동 받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젊은 시절 먼 길을 걸으며 온갖 역경을 이겨낸 끝에 결혼식장에 설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온전한 시, 소설 한 편이 되지 못한 채 버려졌던 쪽글들이 모여 기묘한 이야기 한편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환상의 공간인 듯하나 현실의 세계이고, 주인공들은 타인인 듯하나 우리 자신이며 우리의 이웃이다.
 글들은 변두리나 외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비밀스러운 사연을 들려주듯 조곤조곤 전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이지원 옮김. 10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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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故 정채봉 전집 3년만에 29권으로 완간
 
 동심을 살린 따뜻한 동화로 어른들까지 독자층으로 끌어들인 작가 정채봉(1946~2001)의 작품을 모은 전집이 3년 만에 29권으로 완간됐다.
 출판사 샘터는 2003년부터 `샘터 정채봉 전집’을 기획해 2006년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을 처음 출간했으며 최근 장편 동화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를마지막으로 전집 29권을 완간했다.
 전남 순천 출신의 작가는 1973년 동화 `꽃다발’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한 것은 샘터 입사 이후로 `물에서 나온 새’, `오세암’ 등 울림이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들은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동심을 끄집어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따뜻하게 위로하고 현실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찾아냈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집에는 `오세암’, `꽃그늘 환한 물’, `하늘새 이야기’ 등 동화들과 생전에 마음에 품고 좋아했던 인물들을 정리한 인물평론 `내가 좋아하는 슈퍼스타’, 성장소설`초승달과 밤배’,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가 포함됐다.
 또 `나는 너다’, `향기 자욱’ 등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와 묵상집 `간장종지’, 에세이 `스무 살 어머니’, `단 하나뿐인 당신에게’ 등도 있다.
 전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 해설을 실은 원종찬 평론가는 “변화는 본질에서 멀어질 뿐이라는 ’동심 곧 고향`의 회귀의식이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풍긴다”며 “정채봉 선생은 자연에서 멀어진 세상의 질서를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평했다.
 
 
 
생을 견디게 하는 따뜻한 소통의 글
 
장은진 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출간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277쪽)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장은진(33) 씨의 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문학동네 펴냄)는 이 `단 한 사람’을 찾아 여행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MP3와 소설 `달과 6펜스’ 한 권을 배낭에 넣고 눈먼 개 `와조’와 함께집을 나섰다. 모텔을 전전하며 3년째 여행 중인 그의 하루는 편지와 함께 시작되고 끝이 난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전날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서 이웃에 사는 친구를 통해 자신의 집에 도착할 지 모르는 누군가의 답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말하자면 내게 편지는 일기 같은 것이다. 다만 그 하루가 내게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쳐진다는 것뿐이다. 일기는 독점되는 것이지만 편지는 공유되는 것이다. 일기는 홀로 보관하는 것이지만 편지는 둘 이상이 보관하는 것이다. 편지에 유난히 집착하게 된 건 ’둘`이란 개념에 민감해지면서부터였다.”(21쪽)
 편지의 수취인은 그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었다. 3년간 길 위에서 만나, 주소를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를 나눈 후 일련번호를 부여한 사람들이 750명에 이른다.
 주인공은 매일 답장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덧붙여 이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적어보내지만, 3년이 되도록 이들 중 아무도 그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소설은 여자소설가 `751’이 우연히 주인공과 동행하게 되면서부터의 여행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요란스럽지 않은 유머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을 느끼게 하던 소설은 결말에 이르러서 짠한 슬픔과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소통에 대한 갈망은 작가의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과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에도 공통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작가는 “집에서 혼자 소설 쓰는 시간이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소통하려 애쓰지만 거부 당하고, 그럼에도 계속 손을내미는 이야기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죽지 않고 살아가는 한 방법”으로, 누구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주인공이 만난 수많은 일련번호의 사람들도 주인공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는다. 등장인물이 한 사람 뿐인 소설이 없듯, 생을 견디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독립체이기는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도 자기 상처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데 결국 ’사람`을 찾는 여행이었어요.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죠.”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올해에만 두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현재 또다른 장편소설 한 편을 퇴고하면서 네 번째 장편소설의 집필에도 착수했다. 새 소설은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도 `소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어차피 소설이라는 것이 소통의 작업인 것 같아요. 소설 쓰기 뿐 아니라 우리가 먹고, 자고, 사람 만나고, TV 보는 모든 것들, 그러니까 삶 자체가 소통의 덩어리가 아닐까요.”
 296쪽. 1만원.  
 
 
                       >>신간
 
 ▲안 뜨려는 배 =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소설 `울지 않는 늑대’로 국내에도 알려진 캐나다 작가의 1969년작 장편소설. 문명의 혜택을 덜 누리고 있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8년을 거주했던 작가가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 중반 뭍에서의 일상에 지친 팔리 모왓과 잭 매클랜드는 배를 하나 사서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기로 한다. 기술문명을 거부하는 그들이 구한 배는 고치는 것보다 버리는 게 나을 정도로 여기저기 고장 난 작은 범선이었다.
 팔리는 `해피어드벤처호’라고 이름 붙인 이 배를 타고 뉴펀들랜드에서 온타리오까지 해안선을 따라 여행하면서 사라져가는 많은 소중한 것들과 만나게 된다.
 양철북. 328쪽. 1만2천원.
 
 ▲에피 브리스트 = 테오도르 폰타네 지음. 김영주 옮김.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작가의 대표작.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더불어 여성의 관점으로 쓰인 19세기 결혼 이야기 3부작으로 묶이기도 한다.
 독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17세 소녀 에피 브리스트가 21세 연상의 인스테텐 남작과 결혼한 후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면서 겪게 되는 비극적 운명을 그리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432쪽. 1만3천원.
 ▲내 삶의 쉼표 =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제3회 블로그 축제를 통해 선정된 블로거 29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내 인생의 책, 영화, 음악 이야기’라는 테마에 맞춰 쓴 블로거들의 내밀한 글들이 담겼다.
 문학동네. 272쪽. 1만원.
 ▲프래그먼트 =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진화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미국 작가의 스릴러 소설.
 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TV 리얼리티 쇼 `시 라이프(Sea Life)’의 출연자들은 우연히 포착한 구조신호를 따라 남태평양의 한 외딴 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생명체들을 속속 발견됐고 정체 불명의 생물들에게 출연자들이 차례차례 목숨을 잃는 모습이 전세계에 방송되면서 과학계도 들썩이기 시작한다.
 비채. 51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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