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건넌 `사모곡’

2006-09-19     경북도민일보
 
 
“나를 만들어 주신 `엄마’, 너무 아름다워요”
 태풍 `산산’이 경북 동해안을 휩쓴 지난 17일.
 포항에서는 24년만의 모자상봉이 이뤄졌다.
 벨기에 입양아 베노와 웨리(26·한국이름 윤계형)씨와 친어머니 김상미(49·포항시 남구 해도동)씨.
 “볶음밥에 김치, 호박전 등 순한국식으로 차렸는데 입맛에 맞을지…”
 이날 아들을 위해 어머니 김씨가 준비한 소박한 저녁상.
 그러나 걱정도 잠시. “벨기에서도 한국음식을 자주 먹었다”는 윤씨는 연신 `delicious(맛있다)’를 외쳤다. 긴 세월 모국어는 잊었지만 그 입맛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들 모자가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된 것은 지난 1981년.
 선박 기관장이었던 아버지가 태풍으로 실종되고 1년 뒤 어머니의 재혼으로 당시 두살배기였던 윤씨는 친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이후 4살때 그는 `물설고 낯설은’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리고 세계 유명 금융회사의 재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윤씨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친부모님과 모국인 한국은 줄곧 나를 지배해왔다”는 그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눈물의 상봉을 한 김씨는 “자식을 책임지지 못한 죄책감에 많이 괴로웠다”며 “잘 자란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할 따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씨는 짧았던 2주간의 고향방문을 끝내고 오는 24일 벨기에로 돌아간다.
 그는 “이제 나에게는 두개의 어머니와 조국이 있다”며 김씨를 포근히 안았다.
 20여년 세월이 흘렀어도 그들은 역시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이지혜기자 hok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