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먹는 날

2009-11-11     경북도민일보
 숫자는 저마다 나름대로 얽힌 갖가지 사연을 지니고 있다.숫자 `1’은  그런 이야기 보따리의 시발점이다. #1. 혀는 1㎜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점 2개를 정확히 감지한다. 그러나 손끝은 점 2개가 2㎜ 간격이어야 감지한다. 혀끝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2.프랑스의 앙리1세는 구호정치로 유명하다. 그가 농민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며 내건 구호는 이랬다.“매주 일요일 저녁 밥상에는 모든 농가에 통닭 1마리 씩을.”
 더 나아가 숫자 숫자 `11’을 보면 젓가락이나 철로가 떠오른다. 숫자 `1111’을 보면 울타리가 생각난다. 하기는 그래서 `울타리 군번’이란 게 있긴 했었다. 현시점에서 보면 까마득한 고참 노병들의 군번이다. 시대가 바뀌니 연상작용도 달라졌다. `1111’은 울타리가 아닌 빼빼로 과자라는 식이다. 때문에 약삭빠른 상혼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이름 붙여 젊은이들의 지갑을 노렸다. 언젠가 외국신문의 기삿거리가 됐던 대한민국의 `○○데이’ 가운데 하나다.
 11월 11일은 본래 `농업인의 날’이다. 이날이 제정된 뜻을 살려  빼빼로 대신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면 한결 더 의미가 되살아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경북 칠곡 지역 농산물 쇼핑몰인 칠곡장e네와 대구칠곡초등학교가 `가래떡 먹는 날’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1111’을 보면서 빼빼로가 아닌 `가래떡’을 떠올린 발상이 신선하다.
 달성지방 민요에 이런 게 있다. “이치저치 시루떡/늘어졌다 가래떡/오색가지 기지떡/쿵쿵쳤다 인절미/수절과부 정절편/ 올기쫄기 송기떡/ 도리납짝 송편떡.” 하나 같이 우리 입맛에 익은 떡 이름들이다. 1㎜ 간격이 아니라도 혀끝으로 당장 알아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전통떡으로 만든 `○○떡 먹는 날’을 궁리하는 사람은 없는지 궁금하다. 쌀은 남아돌고 값은 곤두박칠 치는 이 때이니 쌀 소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