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바늘구멍

2010-01-18     경북도민일보
 외국 여행을 하다가 현지인들이 길을 물어와 황당했던 일이 생각난다. 일본 토오쿄에서는 일본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단답으로 대처했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지하철 속에서 만난 사내가 내셔널공항엘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되는냐고 묻기에 확답을 해줬다. “이 전철 타고 가시다가 종점에서 내리세요.” 두 사람 모두 시골에서 `서울 구경’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며칠 전 방 구석을 벗어나 바람을 쐬러 나섰다가 두 사람을 만났다. 손에 서류봉투를 든 그들은 한결같이 고용지원센터 가는 길을 물어왔다.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가는 사람들인 듯 싶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을 맞는 그들의 얼굴은 더욱 추워 보여 안쓰럽기조차 했다.마음이 추운 탓이었을 게다.  기분 전환하겠다고 `바람이나 쐬러’나선 산책길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민망스럽기까지 했다.
 어제 아침 경북도민일보를 보니 `희망근로 바늘 구멍’이란 머리 기사의 제목이 눈길을 잡았다. 포항,구미,안동을 가릴 것 없이 지자체마다 신청자들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포항시는 신청 접수 닷새만에 벌써 선발 예정 인원의 4배,구미와 안동도 3배를 넘었다고 한다.경주,김천,영천도 마찬가지라는 소식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지레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어디 간들 별수가 있을 건가.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인 시대다.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태라는 말이 된다.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물어서 해결된다면 백번 이라도 묻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카네기가 이런 말을 했다.“내가 알고 있는 최대의 비극은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급료에 얽매여 일하고 있는 사람처럼 불쌍한 인간은 없다.” 이런 때는 카네기마저도 물색없는 사람같이만 생각된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