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2006-09-29     경북도민일보
 자동차왕 포드는 어느날 두 숙련공이 대판 싸우는 광경을 목도하고는 가정의 궁핍이 작업 능률을 떨어뜨린다는 인사담당자의 보고를 떠올렸다.
 중역회의를 연 포드는 임금을 2달러까지 올려주자고 제의했다. 1달러까지는 반대 않던 중역들도 “파산”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본가가 스스로 임금을 올려준 `선물’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례는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어느 족장의 아들이 생일을 맞았다. 족장은 손님들에게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아주 조금씩만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족장은 포도주 선물을 항아리에 한데 모았고, 축배를 맛본 손님들은 저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생일 축하선물이라며 항아리에 부은 포도주가 모두 맹물이었음이 들통난 것이다.
 추석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선물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요즘이다.
 선물은 마음뿐, 호기를 부릴 형편이 못 되는 탓이다. 이런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세상도 있다. 대구시내 어느 백화점엔 한병에 600만원이나 하는 수입양주가 모셔져 있다고 보도됐다. 평생에 백화점 한번 갈 일 없는 `새가슴’ 기죽이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꼬냑 루이13세 300만원, 한과 세트 200만원, 영광굴비 세트 100만원, 산삼 엑기스 120곔 440만원.
 미국의 사상가 R.W.에머슨은 “반지나 보석은 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싼 보석은 선물이 없어서 대는 핑계라는 것이다. “유일한 선물은 자신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가져오고, 양치기는 어린양을, 농부는 곡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는 이야기다.
 `마음뿐’인 사람은 이런 위로에도  귀기울여보자. “가을이 되고 추석이 되어도 배고픈 사람아! 너무 서러워할 것 없다. 저 추석달만은 그대들 머리 위에서도 창창히 빛나고 있지 않은가, ”<이어령/茶 한 잔의 사상>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