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폭설

2010-03-10     경북도민일보
 눈은 솜털처럼 가볍지만 임계치에 이르면 나뭇가지를 꺾고, 비닐하우스도 무너뜨린다. 멀쩡하던 지붕이 그 가벼운 눈송이 하나가 더 내려앉는다고 맥없이 무너져 내리니 기이하다.그런 괴력을 지닌 눈도 머리까지 파묻힐 만큼 쏟아져 내려도 소리가 없다. 시인이 노래했다.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엊그제 밤부터 내린 눈이 3월 폭설로 기록을 남겼다.좀처럼 폭설이 내리지 않는 대구조차도 10일 오전 9시 현재 9.5㎝가 내렸다. 1957년 12.1㎝  이래 두 번째라는 것이다. 경북은  북부 지역이 단연 앞선다. 울진 서면이 70㎝를 기록했다. 풍광이 수려한 곳일수록 설경은 아름답다. 시인의 노래대로 “솔잎 위에 내려서 / 함박꽃 되고/ 마른나무에 내려서 / 매화꽃 되고”그런다.설경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사람들의 삶과 연결이 되면 `대란’이 되고 만다. 어제 대구·경북 일대에  눈난리가 일어났다. 출근길은 빙판이 되어 지각이 꼬리를 물었다. 비행기,열차도 지각했다. 경북에선 초등학교 110개교가 전면 휴업했다고 한다.중학교는 35개교가 전면휴업했다.`머언 곳 여인의 옷벗는 소리’같다던 눈도 밤새도록 내려 폭설이 되니 사람들은 골탕을 먹고 있다. 이번 폭설 피해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것은 무척 신비로우며,땅 위에 내려서도 단념하고 땅에 어울리지 못하는 물질이다.풍경을 덮어버리는 그 유달리 흰빛이 밉살스럽다. 게다가 차가와서 생명을 거부한다. 눈이 생명을 보호하여 준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그러난 생명은 눈을 녹이고서야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눈이 다 녹으면  올해 쌀농사, 과수농사는 가뭄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시설 재배 농민들이 속을 끓이는 것과 대조하면 희비쌍곡선이다. `그게 인생이다’고 도통한 체하며 넘어가야 하나?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