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6-0112’

2010-03-15     경북도민일보
 거짓말에도 크기의 차이가 있다. 거짓말보다 작은말은 가짓말이다. 거짓부렁이보다 작은말은 가짓부렁이다.  마찬가지로 거짓부리의 작은말은 가짓부리다. 작은말이란 뜻은 같지만 느낌이 작게 들리는 말이다. 용례를 본다.“오, 그렇지. 네가 만일 나를 속였다가는 너를 쳐죽여 없앨 터이다. 내가 다른 년을 심부름 시키지 아니하고 너를 시키는것은 믿고 시키는 데 , 너조차 가짓말을 하면 쓰겠느냐 .”<이인직 /귀의성>
 그러면 거짓말과  거짓부리는 어떤가? 사전의 뜻풀이를 옮기면 거짓부리는 거짓말의 `낮은말’이다. 낮은말이란 `상스러운 말’이라고 풀이돼있다. 거짓말에도 격(格)이 있는 셈이다. 이 또한 용례를 본다. “술판 말고도 동네에서도 더러 드문드문 있지. 저 여자는 그렇다 하고 소문이 나지요. 남자들은 바람 피운 걸 더러 자랑하지요. 거짓부리도 더러 하는 때가 많지요, 뭐. 여자 신다리만 보고도 같이 잤다 그러지. 남자는 거짓부리하고 우산하고는 늘 가지고 댕기라고 했으니까는.”<송문옥/ 대라,틀어라,박아라>
 거짓말과 서로 맥이 통하는 사기(詐欺)에도 크고 작은 느낌이 있고, 격이 높고 낮은 말이 따로 있을까? 그럴 수가 없다. 사기는 철저하게 남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란 소리는 들어봤어도 `선의의 사기’란 말은 한 평생 들어본 적도 없다. 악덕에 선의가 있을 수 없는 탓일 게다.
 이른바 보이스 피싱의 수법이 날로 악랄해지고 있다. 이제는 경찰민원정보안내센터의 전화 번호까지  악용한다. 그 번호가 `1566-0112’다. 착신만 되는 전화이니 이 번호가 발신번호로 떴다하면 100% 사기전화다.  이제는 말씨까지도 조선족의 어눌한 티를 벗었다. 억양이 흠잡을 데 없는 우리말이라고 한다. 끝없이 머리싸움을 걸어오는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