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살려!

2006-10-10     경북도민일보
 먼저 우스개 한 토막. 입원한 어느 배우에게 간호사가 잉크를 한 숟가락 먹였다.약을 먹인다는 게 그만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는 간호사를 위로한 배우의 한마디는 이랬다고 한다. “괜찮아요.방금 압지(押紙) 한 조각 먹었거든. 그러니 아무 탈도 없을 게요.” 물론 서양 이야기다.
 압지 쯤은 보통이고 `첫가을에는 손톱 발톱도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가을에는 모든 것이 무르익어 보약이 된다는 뜻이란다.
 그래서인가. 요즘 산길을 걷다보면 몇 발짝 떨어진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숲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들리는 소리가 한국말이니 틀림없는 사람이다.그들은 숲속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골 깊고 물 맑은 산일수록 요즘 이런 사람들의 극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산지가 많은 경북 북부지역은 더욱 심하다.
 사람들은 이 깊은 산속에서 다람쥐와 도토리를 다투고,약초·야생화를 마구잡이로 채취한다.봄철에는 산나물 캔다고 온 산을 헤집고 다니더니 이제는 산열매를 딴다고 자연파괴를 일삼는다.
 몸에 좋다면, 그것도 정력에 좋다면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사람들이 있어 돈벌이가 쏠쏠한 까닭이다.그들의 뱃속에는 겨울잠 깬 개구리,겨울잠 준비하는 뱀도 들어간다.기름진 밥 한상을 배불리 먹고나서는 그 자리에서 주섬주섬 약봉지를 꺼내든다.온갖 이름이 붙은 영양제가 한 움큼 또 배를 채운다.
 뱃속에서 약화(藥禍) 사고가 일어나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우리 선조들은 뭐니뭐니해도 `식보(食補)’를 으뜸으로 쳤다.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맛있게 먹는 밥 한 그릇이 곧 보약이란 경험 철학의 소산이다.불로장생 약이 왜 따로 필요한가. 생때같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비법이 가까이 있거늘. 또한 산짐승에게도 먹을거리를 남겨줘야 사람 근처를 기웃거리지 않을 것 아닌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