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어록

2006-10-15     경북도민일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 그리운 시대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내 입장만 내세우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때문이다.
 모임에 참석했다가도 일어서면 어떤 말을 했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흔히 듣는다.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회의장이란 말이 그래서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마음을 터놓는 의사 소통이 적은 시대에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어록은 가뭄으로 갈라진 땅을 촉촉히 적시는 단비와 같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인들의 말을 모은 어록은 그 뜻이 깊고 넓다. 어록 중에도 수행자가 깨우침의 스승으로 삼는,큰스님들이 남긴 조사어록(祖師語錄)은 특히 은유와 함축이 뛰어나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 어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 힘입어 인기인 어록은 급속히 대중 속으로 확산된다. 그중에도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것이 개그맨 김제동 어록이다. 인기인들 어록은 거의 양이 적었지만 김제동 어록은 소설 규모다. “하늘의 별만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기 발 아래의 아름다운 꽃을 느끼지 못한다”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이 세상은 사막이 되었을 것이다”“사랑은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우리는 네잎 클로버(행운)를 따기 위해 수많은 세잎 클로버(행복)를 짓밟고 있다”등 김제동 어록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김재동어록의 특징은 머리로만 쓴 것이 아닌 가슴과 몸으로 부대낀 후 산고 끝에 나온 한 편의 좋은 시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일상어로 그려낸 그의 어록은 담담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한 출판사에서 김제동 어록을 모아 책으로 펴냈고, 김 씨는 법원에 이 서적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간미가 물씬 나는 김씨의 입담이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金鎬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