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월드컵 예언

2006-05-18     경북도민일보
 브라질의 축구영웅 펠레는 17세 때인 1957년에 스웨덴 월드컵에 출전하여 조국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이후 그는 놀라운 기량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오래도록 보여주며 축구황제란 호칭을 얻었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뒤엉켜 도저히 골을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혼돈상황에서 수비수와 같은 방향으로 향해 있던 그가 뒤로 넘어지면서 전광석화처럼 날래게 머리 위로 공을 넘겨차 골을 넣는 장면은 두고두고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이른바 마이너스킥, 또는 오버헤드킥은 그 게임, 그에게서 유래한다는 게 정설이다.
 현역 은퇴 후 브라질 체육장관을 지낸 펠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로 꼽히는 데는 의의가 없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 대회만 다가오면 전 세계의 기피 인물이 되곤 한다. 그가 우승후보로 꼽는 팀은 대개 초반에 탈락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른바 `펠레의 저주’다.
 66년 잉글란드 대회에서 그는 브라질 우승을 점쳤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8년 후 우승하리라던 아르헨티나는 8강에 탈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예외없이 펠레는 예상을 내놨지만 결과는 얼토당토 않았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포르투칼이 우승후보라고 했지만 이들 세 팀은 여지없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올해 독일 대회에 대해서도 그가 우승후보를 꼽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든 것이다. 조국 브라질 우승을 위한 의도된 `저주’일까.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말이 있었다. 며칠 전 국내 방송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프랑스와 함께 16강에 들 것으로 전망한 거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펠레의 저주’라며 재수 없어 하고 있다. `귀신 듣는 데서 떡 소리 벌로 지껄이지 말라’는 심사겠지만 대명천지 21세기에 저주의 힘이란 게 있겠는가. 덕담이요 격려로 보면 그만이다. 아무려나 펠레의 예언이 적중되어 태극전사들이 계속 신화를 써 나가기를!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