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샤워

2010-08-24     경북도민일보
 선인장 얘기를 하려니 서부극 속 사막이 떠오른다. 삭막한  모래밭에 듬성듬성한 선인장은  사막의 생명체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미국 아리조나주는 사과로(saguaro)선인장을 주화(州花)로 삼았을까?
 전 세계에 걸쳐 선인장은 1천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자칫하면  밟아 뭉갤 수도 있는 크기부터 20m가 넘는 키다리도 있다. 2년이나 물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물 없이 버티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물을 저장하는 비법을 선인장은 지니고 있다. 잎을 모두 떼어버리고,줄기도 표면적을 최대한 줄인다. 수분 증발을 막기위함이다. 두터운 줄기 속에 물을 저장한다. 가시는 줄기 속 물을 노리고 다가오는 동물들을 막아내는 무기 노릇을 한다.
 선인장이라고 야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막과는 번지수조차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선인장을 길러 수출한다. 경북지역에는 상주시 공성면에  수출용 접목선인장 재배단지가 있다. 한국산 선인장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재배농민에겐 효자 못지않다. 요즘은 가마솥 끓듯하는 더위 탓에 이 재배선인장들도 때때로 샤워를 해야 한다. 수분증발과 지온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대구·경부지역의 가을은 예년보다 늦게 오리라는 게 기상당국의 예보다. 기온도 평년보다 조금 높고 강수량도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무더위를 더 감내해야 된다는 말도 되겠다. 마치 동남아에서 살면 이런 날씨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은 날씨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올여름  대구·경북지역은 평년보다 1.3도 높았고 열대야도 3.7일이나 더 많았다고 한다. 물없으면 축 늘어지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잘 버티는 선인장조차 샤워를 해야하는 무더위다. 찜통더위도 이젠 조금만 더 견디면 된댜. 앞으로 아무리 덥다한들 이제까지 지낸 시간보다야 짧지 않겠는가. 선인장의  인고(忍苦)를  배우면 우리도 강인해질 수 있겠다 싶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