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 경주

2010-09-07     경북도민일보
 얼마전 누군가가 경주를 다녀와서 황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시장기를 느껴 눈에 띄는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했다. 늦은 점심인데다 허름한 집인 탓인지 텅비어 있었다. “어이구, 손님이 하나도 없네.”  불경기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심코 입밖에 낸 한마디를 들었는지 여주인의 반응이 얼음장같더란다. “ 그라모 당신 올 때까지 다른 사람들 다 붙잡아둬야 했능교?”
 친구의 말을 오해해 고깝게 들을 구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상대해온 음식점 주인이면 그말을 좀더 너그럽게 받아넘길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것이 돈벌이 기술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앞서 손님에 대한 배려이기도 할 것이다. 기분 나쁘다해서  음식 그릇을 거의 집어던지듯 응대한다면 불편한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지난 상반기 동안 경주시내에서 일어난  숙박,음식,식품위생 관련 민원신고가 249건이라고 한다. 또한 불친절 신고가 인터넷, 전화, 우편으로 모두 249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경주시민조차도 불친절로 불편해진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신고를 모두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로되 신고된 것보다 물밑에 잠겨 있는 불만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짐작컨대  신고된 숫자는 매우 작은 일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구·경북 지역의 불친절은 지역 관청 스스로도 인정하는 터다. 말씨부터가  투박한데다 기질도 친절,상냥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그러나 `관광 경북’을 내세운 이상 친절해지도록 주민들 스스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도,포항도, 또 다른 지역도 모두 마찬가지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말 한번 친절하게 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그 이상 돌아오는 게 있을 것 아닌가  싶다.   김용언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