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재(官災)

2006-10-25     경북도민일보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씨가 자부하는 저서 가운데 하나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다.이 책에 관재(官災) 이야기가 나온다.한 대목 옮겨 보면 -. “토정비결에 많이 등장하는 신수(身數)는 관재수이다.관비가 움직이니 관재가 두렵다거나 관가에 들어가지 말아라,손해가 가이 두렵다, 이 달의 운수는 관재를 조심하는 데 있다 등등의 관재수가 점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포짜리들에게 짓눌리고 빼앗겨 가며 시달려온 백성들이니 관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체질이 된 사람도 많았을 법하다.시대가 달라지니 지금은 벼슬아치들이 “공복(公僕)”을 자처해가며 굽실거리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심부름꾼인데도  이 머슴과 백성의 권력은 하늘과 땅 사이다.이 `높은 머슴’의 권력이 때로는 감당 못할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지난 며칠새 도내 울진군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된 내용이 그렇다. 평소같으면 장대비가 100㎜넘게 쏟아부어도 끄떡없던 들녘이 물에 잠기고 바닷물이 백사장을 넘어 농경지로 넘쳐들어온 사단이 벌어졌다. 비가 많이 온 것도 아니다. 이틀동안 59.5㎜내렸으니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을 뿐이다.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관이 손을 대고나서부터 탈이 났다고 한다.작년 친환경 농업엑스포,그리고 지난 여름 해양스포츠제전 준비를 한다고 우회도로를 높게 내고, 백사장을 깎아 행사장을 만들고는 원상복구를 않은 게 빌미라는 이야기다.그래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바닷물이 범람하는 뒤탈을 만들어 냈다는 농민들의 주장이란다.
 조상 대대로 멀쩡하던 들판인데 관이 일을 저질렀으니 관재임엔 틀림없다.비가 영동지역만큼 내렸더라면 그 피해는 클 뻔했다.울진군 관계자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터. “물이 빠지면 오염 여부부터 살펴봐야겠다”고 하더라나 어쨌다나. 어딜가나 백성을 얕잡아 보는 자세가 문제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