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철

2006-10-30     경북도민일보
 `언어의 사냥꾼’이라고도 일컬어진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실제로 사냥을 매우 좋아했다.
 1953년 아들 패트릭까지 데리고 케냐로 사냥 여행을 떠났을 때엔 현지인의 창쓰기를 진지하게 베우기도 했다.사냥이 스포츠였던 이 사냥꾼 작가가 남긴 말이 있다.“사냥의 준칙,그것은 자연의 법칙 이외에는 없다.”
 사냥의 참된 맛을 소개한 글도 있다.“사냥을 얼마간 해보면 보리밭의 인상이나 위치, 지질만 보면 꿩이 있음직한 곳은 대개 짐작이 간다. 이런한 새로운 발견이 신기해서 오랫동안 산야를 헤매고 다녔다. 사냥도 사냥이려니와 개와 더불어 스스로의 고독을 위해서-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자 한 자루의 엽총을 벗하여 수많은 산야를 쏘다녔다.”<김규동/흙에 대하여>
 내일부터 넉달동안 경북 북부지역 8개 시·군에서 야생조수 수렵이 허용된다.안동,영주,청송,봉화를 비롯한 수렵장에서 멧돼지,고라니는 넉달동안 1마리씩,꿩따위는 하루 5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엽사들은 `고독속에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고, 농민들은 야생조수의 횡포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게되니 좋은 일이다.
 문제는 밀렵과 밀거래다.천적이 사라진 산야에서 마음놓고 번식하는 야생조수들을 솎아내는 일도 하는 게 사냥이다.
 포획량을 규제하는 것도 이런 뜻일 게다. 그러나 밀렵엔 양식(良識)이 없다.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올무,덫,그물에 독극물까지 온갖 사냥수단이 동원된다.
 이런 무차별 살상은 따지고 보면 보신(補身)하겠다는 탐심이 그 근원이다. 수요가 있으니 돈벌이가 되고,돈벌이가 되는데 마다할 밀렵꾼도 없을 것이다.
 당국은 틀에 박은 엄포를 해마다 놓지만 정작 밀렵꾼들은 코방귀만 뀐다.재수없어 걸리면 벌금 몇푼 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들은 유행가 노랫말을 고쳐서 이런 노래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누가 사냥을 스포츠라 했는가….”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