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자의 투자유치

2010-12-05     경북도민일보
 사기와 횡령은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남의 눈을 속이고, 마음까지 훔쳐 자기의 잇속을 채운다. “남자는 거짓부리하고 우산하고는 늘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고 쓴 작가도 있지만 사기와 횡령처럼 찰떡궁합이기도 힘들다. 괴테의 어록 한 대목도 그런 종류다. “입법자든, 혁명가든, 평등과 자유를 동시에 약속하는 자는 공상가가 아니면 사기꾼이다.”
 역사를 들춰보면 사기와 기만은 특정 연대가 아니라도 너무나 흔하다. 자신의 위세를 무기 삼아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 `지록위마(指鹿爲馬)’는 권력형이다.핵을 한 손에 들고 전 세계 열강을 공깃돌 다루듯 하는 북한 김정일 일가는 `민족기만형’이다. 권력에 빌붙어 떼돈을 갈퀴질한 사기꾼의 전형도 많다. 그러나 이들의 종말은 결국 교도소로 가는 길이었다.
 포항시가 사기횡령 혐의로 지명수배된 사람에게 시청사에 사무실까지 차려줬다. 물론 공짜였다. 그는 박승호 시장,알 아자시 걸프협력회의(GCC)비즈니스 포럼 회장, 무사 마흐무드 PSPG회장을 들러리 세워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사진까지 찍었다. 지난달 하순 포항시가 중동자본을 유치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 막후 실력자는 그 다음날 쇠고랑을 찼다. 저지른 죄과가 들통나서다.
 우리는 `가짜 이강석’을 기억한다.대동강물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도 안다. 그러나 포항시를 통째로 가지고 논 사람은 처음 본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찰에 신분 파악을 요청했더니 사기 용의자였다”고 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사기꾼 체포에 큰 공을 세웠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는 사무실도 공짜가 아니고  임대료를 받으려고 했다고 발뺌했다. 구제역 걸려 죽어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다.  실적에만 눈이 어두운 나머지 일을 저질러 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