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방역

2010-12-21     경북도민일보
 KBS의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전국 노래자랑이다. 자신이 가수 출신인 송해 씨는 이 최장수 프로와 함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프로가 만들어 낸 유행어가 `딩동댕’과 `땡’이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소리다. 제아무리 열창을 하더라도 음정, 박자가 어긋나면 가차없이 `땡’이다. 그 소리에  머쓱해지는 표정을 보면 우습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해진다.
 경북도가 엊그제 도내 `구제역 정상화 일정’이란 것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이후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주요 이유다. 살처분 · 매몰처리가  완료 단계라는 이유도 덧붙었다. 경북도는 24일까지 추가 양성판정이 없을 경우를 상정해 새해 4월 가축 재입식 허용계획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땡”이다. 너무 성급하지 않으냐는 핀잔이 주류를 이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곳곳에서 구제역이 숙지지 않고 있는 때인 까닭이다. 경기도에서는 양주, 연천, 파주, 고양 4곳으로 번지고 있다. 경북도내에서도 예 천, 영양, 영덕에서 살처분된 가축을 시료를 정밀검사한 결과 19일 양성판정이 내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도 있지만 이야말로 `죽은 가축도 다시 보자’인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구제역 끝”이라니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당연히 “땡”이다. 핀잔이 쏟아지자 경북도는 “구제역 종식에 대비한 가상 스케줄”이라고 한발을 뺐다.언젠가는 구제역이 끝날 때를 대비한 “잠정계획”이란 설명이다. 설령 그렇다한들 지금이 “정상화”를 입에 올릴 때인가. 강변한다고 쉽게 납득될 소리도 아니다. 구제역이 서울 가까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정부는 초긴장 상태다. 경북도도 구제역의 남하를 막기에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때에 엇박자라니  마치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보고를 받는 것만 같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