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폭탄’

2010-12-22     경북도민일보
 춘원 이광수의 우덕송(牛德頌)을 보면 우리가 무심코 넘긴 소의 덕성이 새삼스럽다. 간추려 본다. “우두커니 서서 시름없이 꼬리를 휘휘둘러 `파리야 달아나거라. 내 꼬리에 맞아죽지는 말아라’하는 모양이 인자하고….”또  이런 대목도 있다.“목에 백정의 마지막 칼이 푹 들어갈 때, 그가 `으앙’하고 큰 소리를 지르거니와 사람들아! 이게 무슨 뜻인 줄은 아는가. `아아,다 이루었다 ’하는 것이다.”
 소가 `생구’라 해서 가족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는 데 견주면 돼지는 한참 푸대접을 받는다. 계용묵의 `돼지’를 보면 굵은 목과 짧은 꼬리가  험담 `0순위’다. 그렇다고 칭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설의식은 `돼지의 大德’에서 이렇게 썼다. “아부에 필요한 흔드는 꼬리의 소유가 필요치 않았다. …<중략> 돼지는 다행으로 짧아서 곧은 목이다. 고집은 셀지 모르나 좌안우시(左眼右視)의 추태는 있을 수 없다. 목표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직질할 뿐이다. ”
 하루 아침에 `구제역 도시’가 돼버린 안동은 `구제역 폭탄’에 파인 웅덩이가 곳곳에 즐비하다. 그 웅덩이에 한우 85%가 파묻혔다. 4만4000여 마리 가운데 3만8400여 마리다. 돼지는 11만2000여 마리나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음메~’소리도, `꿀꿀’소리도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듣게됐다. 씨가 마른다더니 바로 그런 지경이다.
 축산업만 구제역 폭탄을 맞아 무너진 게 아니다. 안동 경제 자체가 중상을 입고 말았다. 축산농가는 말할 것도 없다. 식당과 식육점에 손님 발길이 끊겨 파리만 날리고 있다. 축산과는 거리가 먼 사과까지 택배 주문량이 뚝 떨어졌다. 주문 감소율이 70 ~ 90%라고 한다. 가축만 죽은 게 아니라 “안동 경제도 매몰됐다”는 장탄식이 가슴 아프다.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러’도 `누렁이’도  잃었지만 외양간부터 다시 소독하고….  김용언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