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소나무 재선충

2011-01-17     경북도민일보
 이 세상 나무 가운데 해충이 달라붙지 않는 나무가 있을까?  설령 있다 해도 많지는 않을 게다. 나무처럼 온순하고 영양분 많은 먹을거리가 많지 않은 터에 내버려둘만큼 착한  벌레가 있을성싶지도 않다.
 너무 착하고 순해서 다른 나무들에게 삶의 터전까지 파먹히고 있다는 소나무다. 그러니 해충이 모르는 체 할리가 없다.단체로 송충이잡이를 다닐 때만해도 소나무 해충은 송충이뿐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나무깍지잔디,소나무좀,소나무잔디 따위가 모두 소나무 해충이라고 한다.솔잎만 갉아먹는 게 아니다. 소나무좀은 소나무줄기를 파고들어 해를 끼친다. 솔잎혹파리도 귀에 익은 이름이다. 여기에 더해 근년엔 재선충이란 게 이름을 올렸다. 소나무를 100% 말려죽인다고 해서 소나무 에이즈로 일컬어지는 터다.
 포항 청하면 청하중학교  부근 길가 소나무 3그루가 재선충에 걸렸음이 최근 확인됐다. 한동안 재선충 소식이 없어 잊고 지냈는데 그럴 처지가 아닌 것 같다.전국의 축산농가를 가슴조리게 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한파를 타고 기승인 사실이 생각나서다. 가축 전염병이 번질 때마다 방역에 성공했던 터라 믿거라 했다가 멀쓱해져 버린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인가. 그러니 재선충이 숙졌다고  마음 놓을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소리다 .
 더구나 강풍까지 부는 날이면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는 날개달린 호랑이라도 된 기분일 게다. 이번 포항 재선충도 강풍에 무임승차한  솔수염하늘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 모양이다. 시인 서정주는 `미당산문’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더욱이 거센 바람에도 잔잔히만 사운거리는 소나무 특유의 그 송뢰(솔바람) 소리는 아마 땅 위에 있는 모든 동식물의 소리 중에 어느 것보다도 가장 하늘의 영원에 가까운 것일 것이니….” 시인이 찬탄하며 아낀 솔바람도 바람타고 날아드는 매개충은 쫓아내지 못하는 가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