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원점재고론

2011-02-10     경북도민일보
 이해다툼이 있을 때 어느 쪽에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자세를 흔히 `중용(中庸)’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국가 송(宋)나라 때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은 유가(儒家)경전의 이름이 유래다. 이 책이 강조한 건 `중(中)에 서서 한편에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였다. `중’은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중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늘의 도(道)와 같은 절대적 가치기준으로서, 이를 따르면 혼란에 휘말리지 않는다고 보았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저술임에 비춰본다면 혼란스러운 변동기의 처세학으로 평가할만했으리라.
 중용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전국시대만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미덕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서양에서도 일찍이 중용을 `골든 민 golden mean)이라 하여 최고의 처세훈으로 삼은 때가 있었던 듯하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이쪽도 옳고 저쪽도 그르지 않다’는 유명한 양시적(兩是的) 자세가 최장수 영의정 기록을 남기게 했다지 않은가.
 하지만 중용은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려는 트릿한 행태일 뿐 모순이나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부딪히려 하지 않는 약은 자세란 비난도 가능하다. 매사 중용적 입장만 취하는 건 철학적으로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역사와 국가사회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지도자의 덕목은 될 수 없다. 모든 일에 `이 말도 옳고 저것도 맞다’는 식으로 판단을 일삼는다면 무엇 하나 해 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겠기 때문이다.
 동남권신국제공항 건설을 두고 경남밀양 입지를 주장하는 경북 대구 울산 경남과 부산가덕도가 최적지라 우기는 부산이 지나치게 대립하자 청와대 ? 정부 일각 누군가가 `중용’을 들먹이면서 신공항이 과연 필요한지 `원점재고론’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청와대는 그런 보도 하루 뒤에 서둘러 부인하고 나섰지만, 전혀 없는 말이 기사로 만들어졌을 리도 없을 테다. 무엇보다 중용은 국가정책 추진하는 사람들이 이 계제에 끌어댈 용어가 아니다. 아무리 지역정서와 얽히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려하는 정치논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한 번 계획한 나랏일을 없던 일로 물시(勿施)하고 보는 게 중용적 가치일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