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고민

2011-02-15     경북도민일보
 `돈가스’는 돼지고기튀김에 밥을 곁들인 음식이다. 때문에 `가스’가 `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너비튀김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돼지를 뜻하는 한자 돈(豚)과  영어 cutlet이 손을 잡은 이름이다. cutlet을 어쩌다가 `가스’로 발음하게 됐을까? 사전을 보면 `1인분의 얇게 저민 고기나 생선’이란 설명이 나온다. 예컨대 a veal  cutlet은 송아지고기 커틀렛이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돈가스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떡볶이나 라면과 겨루면 난형난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돈가스를 차림표에서 숫제 빼버린 음식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원재료인 돼지고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설령 돼지고기를 손에 넣었다 해도 치솟은 값을 음식값에 반영하려면 난감해지고 만다. 값이 오르면 손님이  떨어져버리는 까닭이다. 음식점 주인으로서는 돈 잃고 단골손님마저 잃으니 그 손해가 곱빼기다.
 돈가스만 그런 게 아니다. 족발, 탕수육, 돼지국밥, 순대 따위가 모두 그렇다. 구제역 피해가  저소득층이 즐기는 음식에까지 번지고 있으니 탈이다. 고민하다못해 숫제 문을 닫아버리는 `돈토랑’들도 늘어난다고 한다. 돈토랑은 돼지고기 전문식당을 일컫는 한·영 합작 호칭이란다. 돼지고기가  귀해지자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팔다가 덜미를 잡히는 업주도 있는 모양이다.
 요즘은 `IT엥겔계수’라는 게 있다고 한다.갖가지 통신비를 비롯해 전기·가스·수도료와 차량유지비 따위가 이 범주에 든다. 이밖에도 집세, 은행이자처럼 실질생계비에 들어가면 IT엥겔계수 대상이다.먹을거리만 갖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란 반증도 되겠다. 궁금한 것은 돼지고기를 안 먹으면 엥겔계수가 내려가나 하는 것이다. 어림없는 소리다. 그 빈자리를 고물가와 IT엥겔계수가 비집고 들어올 테니까.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