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계절

2011-03-01     경북도민일보
 이효석의 `계절’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여름의 해수욕장은 어지러운 꽃밭이었다.청춘을 자랑하는 곳으로 건강을 결정하는 곳이다. 파들파들한 여인의 육체,그것은 탐 나는 과일이요,찬란한 해수욕복 그것은 무지개의 행렬이다.사치한 파라솔 밑에는 하이얀 살결의 파도가 아랍게 되어있다. 해수욕장에 오는 사람들은 생각컨대 바닷물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청춘을 즐기고자 함과 같다.”
 작가의 말 그대로다. 요즘 바닷가엔 계절이 따로 없다. 햇볕 따가운 여름이 해수욕철인 것은 틀림없다.여름이 지나면 파장 분위기가 감돌지만 그렇다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겨울바다’가 그리워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숱하지 않은가.  추억을 만들려고 오는 이도 있고, 조개껍질 속에 묻혀버린 추억을 되살리려 오는이들도 있다.
 전국의 해수욕장들이 이름 바꾸기에 열심이다. `해수욕장’ 대신에 `해변’이 인기라고 한다. 해수욕장은 제철이 지나면 썰렁해지지만 `해변’은 사철용이어서라고 한다. 지역특징과 해변을 모두 살린 새 이름도 있다.거제합동해수욕장이 `합동흑진주몽돌해변’으로 거듭난 게 사례의 하나다.
 경북 또한 해수욕장 이름 바꾸기 대열에 합류했다. 경주시는 각계 인사 15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꾸려 관내 5개 해수욕장에 새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경주뿐인가. 포항,영덕,울진에 이르기까지 경북 동해안은 해수욕장의 보고와 다름이 없다. 이곳들 또한 새이름짓기 바람이 뜨거워질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은 좋지만 원칙은 지키는 게 좋겠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의 특징이 당장 와닿고 간결해야 한다든가, 아직 살아있는 토박이말·신라말을 되살려낸다든가 하는 원칙이다. 마구잡이 외래어는 허섭스레기 같다는 인상만 남길 뿐이니까. △△비치라고 이름 지었다가  `비치발리볼’이야기냐는 반문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