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폭탄

2011-03-07     경북도민일보
 발명품의 상당수가 우연의 산물임은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오늘날 박격포로 일컬어지는 `mortar’ 또한 그 하나라고 한다. 14세기 무렵엔 `차절구’를 뜻하던 것이 `포(砲)’로 변신한 데는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다. 프란시스코 수도회의 수도사인  벨트루트 슈발츠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수도원 이웃 병든 농부들에게 늘 약을 조제해주었다. 어느날 차절구에 유황,초석(硝石),목탄을  차례로 넣고   빠은 뒤 큼직한 돌덩어리로 덮어뒀다.날이 저문뒤 불을 밝히려고 부싯돌을 켜자 불똥이 차절구 속으로 날아들어갔다. 그 순간 `꽝’하는 폭음과 함께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 뒤 정신이 들어 살펴보니 차절구 속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붕은 돌이 뚫고 나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우연한 사건에서 그는 전쟁에서 화약을 써서 돌을 날려보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문제는 낮은 명중률이었다. 개량을 거듭한 끝에 대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최근들어 포항에서 사제폭탄 사건이 두 차례나 있었다. 사제 폭약물을 몸에 두르고 상대방을 위협하다가 스스로가 폭사해버린 참사가 그 하나다.물론  폭약의 역사는 벨투르트 수도사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요즘에는 개인도 마음만 먹으면 폭약을  쉽사리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사제폭탄 제조 기술은 인터넷이 `스승’이다. 재료 구입 또한 쉽다. 마음만 먹으면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 듯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사제폭탄을 너무 쉽게 만드는 일이 잦아지자 환경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질소 알모늄,과산화수소 따위 물질 13종을 `사고대비 추가물질’로 지정했다. 이들 물질의 유통을 어렵게 하려는 조치이겠지만 약발이 먹혀들 것 같지도 않다. 인터넷 사이트가 국내에만 있는 게 아니어서다. 폭탄을 뜻하는 `bomb’은 미국에서는 `대실패’를, 영국에서는 `대성공’을 뜻한다고 한다. 폭탄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김용언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