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실종패션’이벤트

2011-03-10     경북도민일보
 `여성의 치마길이를 보면 경기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연전 출간된 `립스틱경제학’이란 책에 소개되었던 경제속설로,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의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에 나오는 말인다. 핵심은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면 강세장이 되고 길어지면 그 반대라는 이야기다.
 불황의 시기였던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여자들의 치마길이가 발등을 덮을 만큼 길었고, 이후 1930년대 직전까지 치마길이는 점차 짧아졌으며, 이때 미국증시는 초강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미국 최대의 증시폭락인 이른바 `블랙 먼데이’가 발생한 1987년에도 비슷한 조짐이 있었다. 그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디자이너들이 너나없이 짧은 치마를 준비했으나 하반기 들어 갑자기 유행이 긴치마로 돌아섰던 거다. 치마길이가 블랙 먼데이를 예고했던 셈이다.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속설의 범주를 벗어나진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해석이 없는 건 아니다.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건 그만큼 사회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것. 반대로 경기와 사회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복장 트렌드도 튀는 쪽보단 점잖은 쪽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IMF 직후 검정 계통의 긴 바지, 긴치마가 유행했고 주가도 그때 바닥을 헤맸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의류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매장인 `조이코오롱’에서 다리를 많이 노출한 여성고객에게 할인권을 주는 `하의실종패션’ 행사를 연다고 한다. 무릎부터 하의까지 길이를 자로 재 5㎝까지는 50%, 10㎝까지는 60%, 20㎝ 70%, 30㎝ 80%, 30㎝가 넘으면 90%를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거다. 선정성 논란과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은 모양이지만,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게 치마란 서양속담도 있듯이 눈길을 끄는 행사겠다. 미국 경제속설처럼 증시활황의 선행조짐으로 작용하게 될지, 매장 매출신장에만 좀 도움이 되고 말 것인지, 자못 흥미로운 이벤트임엔 분명하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