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dung) 논쟁’

2006-11-12     경북도민일보
 잘 먹고(快食), 잘 자고(快眠), 잘 배설하는(快便) 것은 건강의 3대 요소다. `웰빙시대’인 요즘에는 쾌변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 사람이 70세까지 산다면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일생 동안 배설하는 대·소변의 양은 각각 5곘과 4만5000KL에 이른다. 배설이 이처럼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리 작용임에도 불구하고 대·소변은 여전히 오물(汚物)의 대명사처럼 간주되고 있다. `똥·오줌만 못하다’거나 “똥·오줌도 못 가린다”는 것은 대단한 욕설이다. 특히 대변에 대한 거부감이 더 심하다. `똥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탁에서 대변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사항이다.
 대변을 지칭하는 영어 `덩(dung)’은 싫어하는 사람을 이를 때도 사용된다. 우리 정치사에는 똥과 관련된 부끄러운 기록이 남아 있다. 1966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김두한 의원이 국무위원들을 향해 변소에서 퍼온 `인분’을 투적한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그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계열의 한국비료가 일본에서 사카린 원료를 밀수한 사실을 대정부 질문을 통해 추궁하던 중 울분을 참지못하고 이 같은 충격적인 일을 벌였다.
 최근 우리 검찰과 법원의 `인분(人糞) 논쟁’도 놀랄 만하다. 정부 수립 이후 국가기관끼리 서로에게 `그것’을 거론하며 정면 충돌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검찰이 “남의 장사에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을 들이 붓는 수준’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 발단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이내 “그말 자체가 인분 같은 소리”라고 불쾌감을 보였다. 개인 사이였다면 벌써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 상황이다.
 `론스타 사건’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시각이 다른 탓이겠지만 국가기관들이 주고받는 막말이 정말 불썽사납다.
 /金鎬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