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가게털이

2006-11-15     경북도민일보
 훔쳐간 물건값을 30년만에 경찰을 통해 갚은 사람의 이야기가 엊그제 기삿거리였다. 여러 가게에서 노트 나부랑이를 장난삼아 훔쳤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책을 받았다는 어느 양심가의 자복 편지엔 가게 지도까지 정확하게 그려져 있었다. 도둑맞은 사실조차 모르는 가게 주인은 되레 “그 사람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메마른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싶은 호감 표시였을 게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수업료도 받지않고 어렵게 살아가는 랍비에게 제자들이 당나귀를 선물하기로 했다. 어느 아랍인에게서 한마리를 사가지고  돌아오던  제자들은 당나귀의 목에 달려있는 보석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횡재 사실을 보고받은 랍비는 보석을 돌려주려 나섰다. “우리는 당나귀를 샀을 뿐이지 보석까지 산 것은 아니다.” 랍비의 소신에 `감동 먹은’쪽은 오히려 아랍인들 이었다고 한다.
 D.H.로렌스가 이런 말을 했다.“양심이란 것은 콧수염 모양 나이에 따라 자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양심을 얻으려면 자기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즉 양심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경험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과 양심은 별개의 것이다. 경험이 사는 길은 양심을 키우는 거름이 되는 점에 있다.”
 전남 장성군 단전리에 `양심 가게’가 있다. 주인없이 손님이 정직하게 물건값을 치르고 가는 가게다. 이 가게가 얼마전부터 `CCTV가 있는 가게’가 되고 말았다.이름이 나자 찾아온 외지인들의 도심(盜心)이 발동해 돈통을 뒤지고 물건을 `슬쩍’해가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양심 가게는 마을 주민들의 자존심이었다. 그 자존심이 인간의 탐심에 짓밟힌 것이다. 물건을 슬쩍해간 사람들이 30년뒤 물건값의 몇십배를 돌려줄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30년뒤의 뉘우침보다는  당장 보석을 돌려준 랍비의 정직이 마을사람들에게는 더 고마울 듯 싶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