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건설 중단”

2011-05-18     경북도민일보
 
 
 
미생(尾生)은 목숨걸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상징이다. 옛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기록돼있다. 그는 다리 밑에서 여인을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에 물이 불어나는데도 버티다가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자리만 옮겼어도 살 수 있었을 터였다. 그래서 생긴 말이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이런 그에 대한 평가가 다를 것은 뻔한 일이다.
 세상엔 미생같은 사람도 있는 반면 식언(食言)을 일삼는 부류도 있다. 식언은 거짓말쟁이의 특허상품이다. “공을 세운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내 말을 의심하지 말라. 나는 내가 한 말을 되삼키지는 않는다. ” 은나라 탕왕이 걸왕의 폭정에 항거해 군사를 일으키며 백성들에게 다짐한 데서 나온 말이 식언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지역에 주기로 한 예산 지원이 영 굼뜨다. 경주시의 55개 사업에 지원될 국비 규모는 2조5109억원이다. 이 가운데 6748억원이 올해까지 지원됐거나 지원될 예정이다. 전체의 26.8%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에 방폐장이 유치됐으니 1년에 1000억원 쯤 받은 셈이다. 이런 속도라면 모두 다 받으려면 25년쯤 걸릴 수도 있겠다 싶다.느려터진 굼벵이라도 경부고속도로를 몇 번 쯤 굴러 오갔을 지도 모를 기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양식 경주시장이 마침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예산지원이 방폐장 지원과 비슷한 70%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방폐장 건설을 중단하라.” 과학벨트에 속고 방폐장에 속을 수 없다는 뜻일 게다. 변영로의 `도막생각’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믿지 않다가 속으나, 믿다가 속으나 속기는 마찬가지면 믿다가 속는 편이 일층 더 인격적이지 않으냐.비장하지 않으냐.”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글쓴이의 말마따나 `인격적’으로 `믿다가 속기’6년째인데 더는 참기 어려우니 어쩌랴.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