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체면

2011-06-12     경북도민일보
 사람은 커가면서  불신과 의심부터 배우게 되는 것일까? 케케묵은 `버전’ 가운데 하나가 목욕탕에 간 아빠와 아들이다. 아빠가 탕 속에 몸을 담그며 “어! 시~원타”며 말꼬리를 늘였다. 아빠를 우상처럼 떠받드는 꼬마가  뒤따라 풍덩 뛰어들었다. 이때 꼬마가 했다는 소리는 이랬다. “앗!뜨거. 세상에 믿을 × 없네.”물론 지어낸 얘기지만 웃음끝에 남는 게 있다.
 수사관의 행동 준칙 1조는 “의심하라’라고 한다. 그 의심이 풀리면 “더 의심하라’는 주문이 따른다고 한다. 어디서인가  들은 이야기이고 이를 확인하려고 해본 일도 없다. 그러니 이 또한 믿지 못할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코방귀나 뀌고 넘어가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허위로 가득차있다는 사실을 생각케 된다.
 얼마전 김천에서 강도사건이 일어났다. 강도는 공기총을 지니고 있었다. 뒤쫓던 경찰이 그 공기총에 맞았다. 다행히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나 보다. 이 바람에 경찰은 망신살이 뻗치고 말았다. 실탄이 들어있지 않다는 공기총 주인의 말만 믿고  경찰은 전기충격기만 들고 강도잡기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고생끝에 이 강도 용의자를 잡기는 했다지만 한번 구긴 경찰체면은 쉽게 펴질 것 같지 않다. 이 사례에 비춰보면 의심이 풀리면 더 의심하란 말이 맞기는 맞는 말인듯 싶기도 하다.
 요즘 경찰 위신 추락이 갈데까지 갔다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관 모욕·폭언·폭력행위가  포항에서만 올들어 5월까지 49건이라고 한다. 강도가 되레 경찰에게 총을 쏘고 술주정뱅이는 경찰쯤 우습게 알기가 예사다. 영화에서 보는 미국의 뚱보 경찰관들이 생각난다. 불룩나온 아랫배가 무겁지도 않은지 그들의 움직임은 날렵하다. 범인을 잘도 제압한다. 우리 경찰처럼 주정뱅이에게 얻어맞는 일도 없다. 경찰 체면 세우는 일이 치안 확립의 지름길 아니겠는가.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