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임금 1만5000원

2006-11-20     경북도민일보
 은행나무의 또다른 이름은 공손수(公孫樹)다.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들이 열매맛을 볼 수 있다해서 붙은 이름이다.은행의 맛을 선미(仙味)라고 표현한 사람은 작가 김동리다.“사과나 배나 감이나 복숭아들처럼 굵기를 자랑하거나, 붉고 누런 빛깔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거나, 달고 신맛으로 우리의 혀를 자극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빛깔도 은은한 담록색인데다 맛도 또한 그렇게 조금 향긋하고 쌉쌉할 따름”이라고 <은행잎>에 적었다.
 은행나무 열매는 속기(俗氣)는 전혀 없다며 그가 줄줄이 엮어내린 `선미’의 근거다.이 선미를 지닌 은행이 도심 숲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말썽거리가 됐다. 올해 은행의 수난은 대구 동구청이 `열흘 소득 30만원’을 장담하며 노인일자리를 만든데서 시작됐다. 은행을 따면 2000㎏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산량은 1640㎏에 지나지 않았다.이나마도 다 팔리지 않아 141㎏나 남았다. 수익이 줄자 18일동안 은행따기에 나섰던 노인 80여명에게는 한 사람에 1만5000~3만원만 돌아가고 말았다.
 `고무줄 임금 ’치고는 신축성이 뛰어났다.게다가 팔리지 않은 은행을 현물로 줬으니 말썽이 날 것은 정해진 순서.당연히 “구청이 임금 착취에 앞장섰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대구시내 은행나무는 3만7000그루가 넘는다. 해마다 2000㎏ 안팎 열매를 거둬들였다.그런데 왜 유독 올해만 말썽이 난 걸까.
 선미라는 열매 맛과는 달리 속세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린 탓인가.그렇다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필경 `일자리 만들기’ 실적에만 급급했던 탓일 게다. 능력에 넘치는 일자리 창출을 큰소리 치기는 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으니 일당 노동까지 실적으로 잡으려 든 게 탈이다.하기야 `18×80’의 해답만 생각하면 군침이 넘어갈만도 했겠다 싶기도 하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고용의 질(質) 나름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