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급지어(殃及池魚)

2006-11-23     경북도민일보
 중국 춘추전국 시대 초나라 성문에 불이 나자 사람들은 성 밖에 있는 연못물이 마르도록 퍼다가 불을 껐다. 그바람에 못에 살던 물고기가 모두 말라죽고 말았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역시 춘추시대 송나라 때 값진 보주(寶珠)를 가진 사마환이 죄를 지어 쫓기다가 잡혔을 때 임금이 그 보주 감춘 데를 좨치니 연못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그래 연못의 물을 다 퍼내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애꿎은 물고기들이 모조리 화를 입었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앙급지어(殃及池魚)’의 고사다.
 앙급지어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다른 자들의 싸움에 휘말려 재앙을 당하는 경우를 비유할 때 이 고사는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이 고사를 문득 떠올리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로 다수 국민들이 부닥친 지금의 처지가 연못 속에 살던 물고기 신세를 닮았서이다.
 단 한 채 집만 가졌어도 집값이 올라 6억원이 넘으면 무거운 종합부동산세를 곧 물게 된다.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은 절세하겠다고 부부가 이혼을 하여 재산을 나누는 기막힌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애초부터 소수의 `가진 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 정권담당 세력들은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툭하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려왔다.
 서울의 강남지역 부동산값 상승과 투기를 잡자고 한 일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는 어디 그런가. 강남 구경도 못해보고 살아가는 전국의 촌사람들도 덩달아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불 끈다고 물 퍼내고 보물 찾자고 연못 바닥을 드러나게 하여 맹문도 모르는 고기들만 때려잡는 꼴과 무엇이 다르랴. 도망간 원숭이 찾잡시고 숲을 모두 불태워 없앤다면 불을 그어 댕긴 무리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땔감은 어디서 구할꼬. 그야 걱정할 바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거나 이러다간 온 국민들이 몇 년 안가 `세금 땜에 못 살겠다.’며 들고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