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방학

2011-07-25     경북도민일보
 점심(點心)은 본디 간단히 먹는 끼니인 모양이다. 한자를 보면 `마음에 점 하나’찍는 다는 뜻이다. 불가에서 이렇게 이렇게 이른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속세의 점심은 그 정도 음식량으로는 턱도 없다. 지난 연말 어느 시의원들이 한끼에 6만원도 훨씬 넘는 점심을 먹었다해서 말썽거리가 된 일이 생각난다. 그 밥상이 얼마나 호화로웠는지는 지금도 궁금해진다.
 요즘은 아침밥을 일부러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때문에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라는 전문가들의 권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침밥을 먹어야 두뇌활동이 원활해진다고 해서다. 그래서 학생들에겐 아침밥 먹고 등교하기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여름방학동안 점심을 굶는 포항지역 초·중학생이 1,300명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보도됐다. 평소엔 6,048명이 점심 지원을 받다가 방학과 함께 배를 주리는 신세가 돼버린 꼴이다. 급식체계가 교육청 주관에서 포항시 주관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급식지원대상을 고르는 잣대가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날마다 점심밥 대신 물 한 대접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약오르는 소리다. 이야말로 행정편의주의의 소산이 아닌가 싶어서다. 아이들의 밥을 챙겨줄 뜻만 있다면 관계기관끼리 손만 맞추면 될 일 이다. 각자의 행정방식만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는 착각에서 빚어진 결과다. 공조(共助)는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버려지는 음식쓰레기가 해마다 20조원어치라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 평소 챙겨주던 아이들 밥을 방학때라고 굶기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밥풀 물고 새새끼 부르 듯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일을 몹시도 쉽게 처리함을 이르는 말이다. 해마다 방학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결식아동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이런 경우 일 게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