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금추’

2006-11-28     경북도민일보
 “김장이 한창이다. 어린아이들이 매운 입을 다물지도 못하면서 연성 무우쪽을 달라고 보채는 것도 이 철이요, 가난한 아침상이나마 구수한 배추 밑동으로 흐뭇하게 국을 끓여 먹는 것도 이 철이다.…” 천관우(千寬宇) 씨의 `신세시기 겨울’을 읽다보면 잊어버린 계절의 참맛이 혀끝에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무 배추가 김장의 주재료임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다. 제이름으로 된 방 한칸 없어 남의 집에 더부살이 하는 사람도, 고급 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어 세금폭탄을 맞는 사람도 배추김치를 먹지않고는 살 수 없는 우리들이다. 그러니 해마다 이맘때면 김장채소 값 때문에 울고 웃는 이가 한둘에 그치지 않게 마련이다.
 올해엔 농민들이 두번 울고 있다. 구슬땀 흘려 길러놓은 배추가 껌값만도 못해 출하 자체를 포기했더니 또다시 시장이 뒤집힌 탓이다. 배추 한 포기에 100원을 밑도는 산지도 있은 게 불과 며칠 전 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지금은 산지 수집상들이 눈에 불을 켠 채 돌아다니고 있다. 천덕꾸러기 배추가 `도로 금추’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갈아엎어버린 배추밭을 되엎을 수도 없으니 땅을 칠 노릇이다.
 이 모든 사태는 오롯이 농정당국의 책임이다. 수요예측을 잘못하니 배추값이 널뛰듯 하는 것이다. 정부가 배추밭 갈아엎느라 쓴 돈은 자그마치 117억원이다. 전국에서 배추 20만곘, 무 2만5000곘을 밭떼기로 사들여 산지 폐기했다.
 그러고 나니 배추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단돈 50만원 받고 배추밭을 갈아엎은 농민은 또한번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다.
 김장채소 값 널뛰기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오래 저장할 수 없는 배추의 특성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단기간이라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닐까. 해마다 헛되게 버리는 혈세만 갖고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지?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