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체통’

2006-12-04     경북도민일보
 수십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쓴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 영국 국방상 겸 대법관을 지낸 홀딩 공(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날마다 문안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1887~1925년 사이의 일이다. 38×365=?
 이와 대조되는 사람은 독일 작곡가 하이든이다. 그는 음악가로는 성공했지만,결혼 생활은 그렇질 못했던 모양이다.부인과 헤어져 살던 그를 방문한 손님이 겉봉을 뜯지도 않은 편지다발이 책상위에 널려있는 것을 보고 곡절을 물었다.“그거 내 아내가 보낸 거요.답장을 하나도 안보냈지요.어차피 아내도 내 편지 따위는 읽지도 않을 테니까.”
 봉화 문수산 중턱에 `노란우체통’이 생겼다는 소식이다. 우체통 색깔이 빨갛지 않다니 `사설(私設)’ 임은 알겠 데 그 운영 방법이 재미있다. 보내온 편지를 일정기간 보관했다가 지정된 날짜에 배달한다니 `타임 캡슐형 편지’인 셈이다. 예컨대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들이란다.편지는 산 좋고 물 맑은 봉화의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될 것이다. 절절(節節)이 절절(切切)한 사연으로 꽉차 있을 그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의 감동은 어떠할까?
 요즘은 편지를 쓰지 않는 풍조가 득세하고 있다. 홍수를 이루는 우편물 속에서 정성들여 쓴 편지 한 통 찾아보기가 힘들다. 콤퓨터가 발달하고 휴대전화를 가진 한국인이 4000만을 넘어선 게 큰 원인일 것이다.외국과도 이 메일로 실시간 의사소통 할 수 있고,지하철 안에서도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세상이니 그럴 밖에 없다. 편의성과 속도가 우리네 삶의 패턴을 확 바꿔버린 셈이다.
 그럴수록 마음의 여유는 필요하다.병 속에 편지를 넣어 바닷물에 띄우는 사람의 마음 같은 것 말이다. 살기 바빠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이참에 소식 한번 전해보자. 휴대 전화 아닌 육필(肉筆)로.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