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폭탄

2011-11-22     경북도민일보
 `폭탄돌리기’란 놀이가 있다. 시간 안에 폭탄을 옆사람에게 돌리지 못하면 손에 든 폭탄이 터지고 만다. 물론 장난감 폭탄이니 폭발한다고 사람이 다칠 일은 없다. 그런데도 폭탄을 손에 든 사람에게서 조마조마해 하는 표정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다음달부터 전기료를 10%나 올리기로 의결했다. 참으로 유별난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껏 한전이 앞장서서 전기료를 올리는 짓을 해온 일이 없어서다. 속셈이야 어쨌든 정부의 결정이 내려지면 감지덕지하는 척 해온 게 종래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스스로 앞장서 칼을 뽑았다. 이른바 선제적 방어를 하는 모양새다. 마치 졸개가 칼을 뽑아들고 장수에게 “나를 따르라”고 불호령을 내리는 꼴이다. 폭탄을 받아든 정부의 대응이 관심거리다.
 인상률도 높기만 하다. 전기료를 2%만 올려도 모든 물가가 덩달이가 되는 판이다. 그런데도 한꺼번에 10%를 올리겠다고 했다. 한전과 정부 사이에 무슨 말을 맞춘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됐건 한전이 총대를 멨으니 정부가 인상률을 낮추는 것으로 불을 끄는 체 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전과 정부가 폭탄돌리기를 하는 짓을 보고 있자면 뱃속에서 밥알이 곤두 선다. 현행 전기료가 생산원가에도 못미친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지난 여름같은 `정전사태’를 막으려면 전기료를 왕창 올려야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속내가 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러잖아도 살림살이가 팍팍해 힘겨운 국민의 속사정을 알고나 하는 짓인가. 
 그러면서도 한전은 제뱃속 채우는 데는 흥청망청의 전형이다.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서도 임금을 11%나 올렸다. 적자 기업이 임금을 올리다니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그것도 모자라 복리후생비라나 하는 것도 지급했다. 결국 전기료를 올려 임금인상액을 채우자는 속셈같이만 보인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