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

2006-12-07     경북도민일보
시쳇말을 흉내내면 `의사 알레르기’라고나 할까?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는 의사 만나기를 끔직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한 친구가 의사에게  왕진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다 죽게된 몰리에르가 심부름꾼을 불러 마지막 부탁을 했다.“나 지금 병중이어서  아무도 만날 수 없단다고 말해주게나.”
이것은 우스개로 친다하더라도 실제로 의사에게 `비호감(非好感)’을 보인 기록들은 많다.“신은 병을 고치고 의사는 치료비를 받는다”고 한 사람은 B.프랭클린이다. “의사란 병원에서나 살 것이지 결코 속세에 나와서는 안되네. 자네들의 선배인 무당과 마술사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거든.” 레마르크의 `개선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의사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히포크라테스를 떠올린다.“어떤 환자가 찾아올지라도 병자에게 이익만을 줘야 하며, 모든 제멋대로의 장난이나 타락한 행위를 피한다.
여자와 남자, 자유인과 노예의 차별을 생각하지 않는다. 병에 관한 것이든 아니든 타인의 생활에 대해 비밀을 지킨다.”
최근들어 구속 사례가 줄을 잇자 밤잠 설치는 의사들이 많다고 보도됐다.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거나 허위진단서 발급같은 행위들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찰이 한꺼번에 두 팔 걷고 나섰다는 소식이고 보면 찔리는 구석이 있는 의사라면 그럴만도 하게 생겼다.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모래 시계’의 명대사는 의사라고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모든 의사에게 눈을 흘길 필요는 없는 일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양의, 명의 이야기는 제쳐놓자.흔히들 의사의 진료시간은 1분이라고 투덜댄다.그런가하면 30분 넘도록 환자의 이모저모를 보살피는 의사도 아직은 많다.
“그 의사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며 “이젠 병이 다 나은 것 같다”고 얼굴이 환해지던 환자도 생각난다. 그래서 `의사는 평소부터 소중히 여기라’는 외국 속담도 있나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