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불지르기

2006-12-13     경북도민일보
 조선조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은 그의 삼봉집(三峯集)에서 불의 유익성을 강조했다. “음식에 불을 때면 부드러워지고, 온돌에 불을 지피면 찬 것은 따뜻해지고,약물(藥物)을 달이면 생 것이 익으니 ….” 이렇게 꼽아나간 그는 배고픔, 질병, 쇠녹임, 무기로 이어가며 유익함을 꼽아나갔다.
 불의 유익성이 여기에 그치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해악의 사례 또한 꼽아 나가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불이 무서운 것은 무엇이든 태우지 못하는 게 없다는 데도 있다.심지어는 콘크리트까지도 깡그리 태워버릴 정도다.실제로 1922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콘크리트 다리가 불타 가루가 돼버린 일이 있었다.큰비에 떠내려와 교각에 걸린 나무더미, 송유관이 터져 강물에 흘러들어온 석유가 일으킨 대형 화재였다.
 요즘들어 대구와 포항지역에 크고 작은 불이 잦아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대구에서는 최근 1주일 사이에 10여건이나 일어났다. 더욱 경계심을 부채질하는 것은 차량 방화다. 대구에서만도 지난 한달동안 13대나 불탔다. 올들어 불탄 차량이 40대가 넘고보면 최근의 불지르기는 집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이맘때도 그랬고 보면 차량 방화도 계절을 타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불타는 차량이 잇달자 경찰은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신고 포상금을 하룻새 갑절이나 올려 1000만원을 내걸었다.우범지역 폐쇄회로(CCTV) 설치는 말할 것도 없고 전담수사팀도 6개로 늘렸다고 한다.인원이 38명으로 늘어났으니 종전의 6배가 넘는다. 경찰의 각오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차량이 과시용의 단계를 벗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밥벌이 수단으로나 `발’처럼 요긴하게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때에 차량 방화는 결국 남의 밥숟가락을 빼앗고 남의 발에 화상을 입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로마의 네로와 같은 유전자(DNA)를 갖고 있지 않고서야 제정신으로 저지를 일은 못된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