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러브픽션'

2012-02-16     경북도민일보
 
 
 
 
하나부터 열까지 쿨하지 못한 이 남자
평생 꿈꿔왔던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기존 로맨틱코메디와 다르게 남성을 화자로 설정
연기 물오른 하정우·독특한 공효진의 결합 이색적
후반부 늘어지는 이별과정 집중력 떨어져 아쉬워

 
 
 
 좋은 각본과 재능있는 배우의 결합.
 영화 `러브픽션’은 양자간의 시너지가 잘 발휘된 영화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는 드물게 남성을 화자로 등장시킨 설정이나 사랑의 절정이 아니라 비참한 최후까지 보여주는 현실적인 이야기, 개성있는 캐릭터를 드러내는 엉뚱하면서도 참신한 대사들은 이 영화를 기존의 고만고만한 로맨틱코미디 영화들과는 구별되게 한다.
 여기에 물오른 배우 하정우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여자를 즐겁게 해줄 줄 아는 감수성과 낭만을 지녔으면서도 사랑에 서툴고 인격적으로도 `찌질한’ 미숙아의 면모까지 두루 갖춘 웃기는 남자가 하정우를 통해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흥행작 `범죄와의 전쟁’에서 호연에 이어 충무로에 `하정우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소설 한 권밖에 내지 못한 무명작가 구주월(하정우)은 창작력과 영감의 고갈을 사랑의 빈곤 탓으로 돌린다. 자신에게 영감을 줄 완벽한 뮤즈를 찾던 주월은 출판사 대표를 따라간 베를린의 한 파티에서 꿈에 그리던 이미지의 여자 이희진(공효진)을 만난다.
 
 
 
 
 
 
 
 

 끈질긴 구애 끝에 희진의 마음을 얻은 주월. 그러나 희진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특히 희진과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내게 된 날, 주월은 희진의 겨드랑이털을 보고 기겁한다.
 약간의 혼란을 느끼면서도 사랑의 감정에 푹 빠진 주월은 희진을 모델로 한 연재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연히 희진의 과거를 전해 듣고 그녀가 그간 수많은 남자를 만나 왔음을 알게 된 주월은 희진의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중반까지 주월과 희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아주 코믹하게 그렸다. 특히 주월이 희진의 마음을 얻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에피소드들은 큰 웃음을 준다. 희진에게 첫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해 쓴 고어(古語)체의 편지, 셰익스피어 희곡의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낭만적인 사랑 고백은 어떤 여자라도 그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님은 `사랑이란?’ 하였고 나는 `당신의 부재에 따르는 공포’라 답하였다”같은 문어체의 독백은 특별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또 주월이 사랑을 지키고자 속내를 숨기고 그녀의 겨드랑이털에까지 헌사를 늘어놓는 능청스러운 장면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렇게 재기발랄했던 초중반에 비해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고조돼 폭발한 뒤 이별에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가 늘어지는 인상을 준다.
 액자소설 형식으로 고전영화처럼 연출된 `액모부인’ 이야기 역시 처음엔 신선하지만 후반부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해 재미를 떨어뜨린다.
 더 할 얘기나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다면, 분량을 줄여 압축적으로 구성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삼거리 극장’(2006)으로 호평받은 전계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도 잡았다. 연합
 29일 개봉. 상영시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