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치기 회관’

2012-04-18     경북도민일보
 `두루치기’라고 하면 식도락가는 맛있는 먹거리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가지 일을 두루 잘하는 사람이나 일도 두루치기다. 또한 한 가지 물건을 이리저리 둘러쓰는 짓 또는 그런 물건도 두루치기다. 그 용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처음 일년은 두루치기 허드레꾼으로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 보다가, 결국은 다시 리어카에 손을 대 생선 좌판장수로 나섰다.” < 현기영/ 고향>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온갖 행사가 다 치러진다고 한다. 국회의원후보자의 출판기념회에서부터 시민단체 총회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기까지 하다. 문예회관은 올들어서만도 89차례 행사를 치렀다. 이 가운데 순수문화예술 행사는 50차례 뿐이라고 한다. 문패는 문예회관이건만 실제 역할은 시민회관 노릇을 하는 셈이다.  이 또한 두루치기의 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원인은 포항엔 시민회관이 따로 없는 탓이다.
 포항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나 보다. 공연이 없는 날엔 회관을 비워두느니 장소를 빌려주는 것이 회관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포항엔 1000석 규모 건물이 문예회관과 포스코의 효자아트홀 뿐이다. 그러니 문예회관이 “어쩔 수 없다”고 배를 내밀어도 실제로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현실이 그러니 별도리가 없어서다.
 “문화란 천래(天來)의 것이 아니다. 교류와 회전을 반복한 나머지, 그 토양에 적합한 종자가 그 적용된 조건 아래서 발아하고 성장하여, 마침내 한 나라의 문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표면에 나타난 생활문화에서 거꾸로 찾아들어가 그 토양의 성질을 판단할 수도 있을 이치이다.” 김소운의 `수근통신’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머리, 꼬리 다 자르고 불쑥 인용하니 억지같기도 하지만 이 대목을 포항에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