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고 실명했다니
2012-04-24 경북도민일보
대구 30℃, 포항 29℃, 안동 28℃…. 대구·경북지역은 어제 느닷없는 초여름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엊그제까지도 가벼운 옷차림을 망설이던 사람들은 적응하기조차 힘든 날씨였다. 봄꽃이 활짝 폈으니 봄이 온 줄 알았지 따뜻한 봄과는 거리가 먼 날씨였던 까닭이다.
지난 주말 전국에 내린 비는 30~80㎜ 사이를 오르내렸다. 이 비 덕분에 대구·경북지역은 봄가뭄을 벗어날 수 있기도 했다. 농사용으로만 본다면 단비였던 셈이다. 지난 3월하순부터 4월초까지 내린 비의 가치는 264억원이라고 했다. 국토해양부의 셈법이다. 생활·공업용수 공급에 약 124억원, 수력발전에 약 140억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봄비의 가치는 어떨지 슬몃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번 봄비가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주 천북산업단지에서는 축대가 무너져내려 횡액을 겪은 공장도 있다. 이 바람에 이웃공장 앞 도로가 50m가량 끊겨 조업을 중단하기까지 했고 보면 `와르르 축대’의 후유증 가능성도 걱정거리로 남는다.
날씨가 이처럼 널뛰기를 거듭하게 되면 감기환자가 늘어난다. 그러잖아도 감기가 오래도록 번져서 시달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형편이다. 이런 판에 섬뜩한 소식이 어제 경북도민일보에 실렸다. 감기몸살약이 부작용을 일으켜 30대 여인이 두눈을 잃은데다 극심한 피부질환까지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해여성은 정부, 제약사, 병원, 약국을 싸잡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심각한 부작용을 빚을 수 있는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
설령 피해자가 5억원 짜리 소송에서 이긴다고 한들 평생을 장애자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그 원통한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지 안쓰럽기만 하다. 감기약이 실명까지 부를 수 있다니 처음 듣는 약화사고다. 뜨끔해진다.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을 또한번 해보게 된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