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2012-05-21     경북도민일보

-배동현

게으른 듯 빈둥거리다가도
어느새 저 만큼 달아나는 너
언제나 나보다 한발 앞선 미운 너
봄보다 빠르고 나 보다 더 빠르다

기댈만한 곳은 벌써 눈앞인데
나날의 비탈은 숨이 가빠오고
이곳저곳 빠짐없이 들르고는
휑하니 사라지는 못된 버릇

털썩 주저앉아  한번 뒤돌아본다.
50년을 달려와도 언제나 빈 털털이
낡은 책장 책꽂이엔 초라한 몰골의
모서리 헤진 시편들 뿐

불혹을 넘고서야 겨우 보이는 너 
잡으려 애 쓸수록 길길이 달아나는 너
저만치 보내고 가만히 귀 기울이면
힐끗 돌아보며 손 흔들며 비웃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