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촌’홍보 대사들

2006-05-29     경북도민일보
 보랏빛은 `티레의 빛깔’ 또는 `티레의 보랏빛’이라고도 불린다. 항구도시 티레는 고대 페니키아의 서울로 지금의 레바논 수르지역이다. 그리스 신화에 보랏빛의 탄생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날 헤라클레스가 애인 티로스와 티레의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함께 따라온 개가 조개 하나를 물어뜯자 개의 콧등에 묻은 체액이 잠시 뒤에 보랏빛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원전 15세기 무렵 티레지방에서는 보랏빛 염료를 조개에서 채취했다. 소라만큼 큰 이 조개는 핏속이나 목 아래 주머니 속에 독특한 체액을 지니고 있다.이 체액은 공기나 햇빛을 쐬면 연노랑→연초록→파랑→빨강→보랏빛으로 바뀐다.
 보랏빛 이야기를 하다보면 포도의 진보랏빛이 떠오른다. 경북이 낳은 시인 이육사(李陸史)의 `청포도’ 또한 한번 읊조리지 않을 수 없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영천 마라톤 연합회 회원들은 포도를 형상화한 러닝셔츠를 입고 각종 대회에 참여한다. <본보 29일자 7면> 영천 포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노릇을 자청해 지금까지 70여 대회에 이 셔츠를 입고 참가했다.요즘은 고장 특산물을 알리는 러닝 셔츠도 입고 뛴다.셔츠에 새겨진 `별빛촌’은 영천 농산물의  공동 브랜드다.
 이육사가 내 고장 청포도를 사랑했듯,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고장 특산물 홍보에 시민들까지 나섰으니 이야말로 `전방위 마켓팅’인 셈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포도는 자연산과 인공산을 합쳐 8000종이나 된다고 한다.이 대열에서 `티레의 보랏빛’만큼 이름을 인정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영천 마라토너들의 굵은 땀방울 속에 `별빛촌’사랑이 익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