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칙·일관성·신뢰의 박근혜’ 이미지 지키려면

-논의구조 개방하고 전문가 충고 새겨들어야

2012-10-23     경북도민일보

“朴 장점인 원칙·일관성·신뢰
 고지식·불통으로 비치지 않게
 의사결정구조 문제 개선해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과거’에 묶여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는 것으로 과감한 `국민대통합’ 행보를 시작했지만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 등에 발목이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불통’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박 후보에게 또 다른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6’과 `유신’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헌정문란행위라고 사과했다. “박 후보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후보로서는 그것으로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졌어야 했다. 탄력이 떨어진 `국민대통합’ 행보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웬걸? 박 후보를 기다린 건 정수장학회라는 장애물이다. 그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박 후보 책임이다.
 박 후보의 `법(法)’에 대한 인식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그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MBC 방송에서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개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974년 대법원 판결과 2007년의 재심판결을 가르킨 것이다. 그러나 2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1974년 대법원 판결은 2007년 재심판결에 의해 뒤집힌 것이다. 고문과 강압에 근거한 판결을 바로잡은 게 2007년 판결이다. 박 후보는 이를 “판결이 두 개”라고 했다. 박 후보는 결국 `사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도 박 후보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후보 인식은 인혁당 판결에 대한 오판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법원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월 김지태 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 증여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박 후보의 인식과 정반대다.
 법원이 `강압’을 인정하면서도 김지태 유족들의 패소를 판결한 것은 법원이 민사시효(10년)가 지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사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김지태의 정수장학회 헌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법원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을 “잘못 말한 것 같다”고 금방 바로잡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박 후보의 `자충수’다.
 박 후보가 과거 문제에 입만 열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건 의사결정구조의 문제다. `인혁당’ 문제만 해도 발언에 앞서 법률전문가의 조언만 받았어도 차단할 수 있었던 에러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판결이 두 차례 나왔지만 최근의 판결이 앞선 판결을 우선하는 법에 대한 상식만 갖췄어도 “대법원 판결이 두 개로 나오지 않았느냐”는 발언은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실수를 정수장학회에서 그대로 반복했다. 지난 2월의 법원 판결 내용을 숙지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쑥 “법원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야당이 오래 전부터 정수장학회를 물고 늘어졌지만 박 후보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역시 의사결정 과정에 전문가들이 충분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대선 후보로서 박 후보의 최대 장점은 `원칙’과 `신뢰’와 `일관성’이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흔들림없는 원칙과 일관성은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덕목(德目)이다. 그러나 박 후보의 최근 모습에서 그의 원칙과 일관성이 고지식과 불통으로 오인되기 시작했다면 박 후보가 자책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뢰의 위기 속에 원칙이 실종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다. 권력을 잡기 위한 거짓과 사술이 판치고 권모술수와 잔꾀가 난무한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일관성’ `신뢰’는 절실하다. `원칙’과 ’일관성`, 이를 통한 `신뢰’를 목숨처럼 중시하는 박 후보의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