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심상

2007-01-18     경북도민일보
`소한에 언 얼음 대한에 녹는다’거나 `대한이 소한네 집에 놀러가면 얼어죽는다’는 속담은 대한 무렵이 그 이름과는 달리 소한 때보다 추위가 덜하다는 말이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치 않은 대한 없다’는 말도 있다.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이르러 지구 북반구에서는 지면에 닿는 태양각도가 연중 가장 비스듬한 때여서 이치상으로 제일 추워야 되는 대한이지만 한반도에서는 다소 안 맞아떨어진 데서 생겨난 기상속담들이다.
하지만 대한이 소한보다 춥다는 통계가 엄연히 있다. 평균 기온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대한 무렵인 1월 중하순경의 기온이 가장 낮다. 서울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수십 년 이래의 소한날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1.2도이고 대한인 20일의 기온은 영하 3.2도로 2도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소한 한파와 대한 한파의 기온도 소한이 단 한 차례만 더 추웠을 뿐 나머지는 대한의 수은주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 왜 그런가. 체감추위가 그 답이라는 주장이 있다. 12월부터 차가운 북서풍이 분다고 하지만 그 위력은 그리 강하진 않아 인체가 아직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먼저 온 소한 추위를 굉장히 매섭게 느끼게 된다는 거다. 그로부터 인체는 추위에 적응하게 되고 그 이후에 찾아오는 대한추위는 느낌상으로 덜 춥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내일로 다가온 올해 대한도 예년처럼 지난 소한보다 포근하다. `대한 끝에 양춘(陽春)온다’는 말이 있듯 이 겨울도 곧 물러가고 입춘을 지나 또 새봄이 돌아올 자연의 이치에서 추위를 견뎌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음력 섣달, 한 해를 매듭짓는 절기에 또 한번 엄습하는 허허로운 심사가 없지 않지만 얼었던 대지를 뚫고 올라올 새싹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달래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