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뭄 두 얼굴

2007-01-22     경북도민일보
 지금은 시설하우스가 대단지를 이루다시피한 곳이 많지만 초기의 시설하우스는 드물었다.1920년대 기름종이[油紙]로 지은 하우스가 처음이었다고 한다.반지하 온상에서 오이, 호박, 고추같은 여름철 작물의 육묘를 했다.비닐하우스가 터를 잡기 시작하기는 1906년대.폴리에틸렌 필름(비닐) 보급에 힘입어 60년대말에는 시설면적이 646㏊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의 증언이다.
 요즘은 제철과 관계없이 채소와 과일을 즐길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자  비닐하우스 재배농가도 늘어난 덕분이다. 딸기가 그 일례다. “과수원 철망 너머로 엿보이는 철늦은 딸기-잎새 사이로 불긋불긋 돋아난 송이 굵은 양딸기,지날때마다 건강한 식욕을 참을 수 없다.…” 이효석(李孝石)이 `들’을 쓸 무렵만해도 겨울철 딸기는 `눈밭의 죽순’에 비교됐을 터이다.
 겨울가뭄 피해가 너무 커서 농민들의 이마 주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겨울철 평균 강우량의 10%수준이 고작이라니 그럴 밖에 없다. 시설재배중인 딸기만 하더라도 지하수가 말라 고사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특작물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생산량이 뚝 떨어지니 소득 또한 덩달아 내리막이다. 어찌 한숨과  탄식이 어찌 없을손가.
 그런가 하면 겨울가뭄,이상고온현상이 즐거운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장마철엔 얼음과자 장수와 우산장수의 희비가 엇갈린다. 요즘 봄날같은 날씨가 계속되자 눈썰매장이 썰렁해진 반면 놀이공원은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한철을 만났다. 오죽하면 눈 많이 오는 울릉도에서 눈꽃 잔치를 다음달로 미뤘을까. 제철장사를 놓친 옷장수들 또한 봄옷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겨울은 코끝이 빨개지는 강추위가 한두차례 지나가야 농사에도 좋다고들 말한다.허리까지 빠지는 눈, 영하 30~40도로 내려가는 강추위 기록은 끔찍한 노릇이다. 그렇다해도 농작물이 말라죽는 겨울가뭄이라니 너무 하다. 과연 누가 온난화의 씨를 뿌렸는가.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