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 나눠주기

2007-01-24     경북도민일보
남북회담을 취재하러 나서며 본 북녘 민둥산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남쪽 푸른 숲만 보다가 벌거벗은 산을 보자니 황량하기까지 했다. 전후 우리도 그랬다. 1950년대 초반 전체 산림의 10%가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그 넓이가 68만㏊에 이르렀다. 일제 통치와 해방기를 거쳐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겪은 혼란의 산물이었다.
이렇던 우리나라를 녹화(綠化) 성공국으로 세계가 공인한 시기가 1980년대다. 미국·독일이나 일본과 어깨를 겨룰 형편까지는 못돼도 임목축적량을 들먹일 수준까지는됐다. 이렇게 되기까지엔 땔감으로 등장한 연탄의 힘이 매우 컸다.
종래 잠깐 사이에 아궁이에서 재로 사라지던 임산 연료 대신 연탄은 연소시간도 길고 값도 싸 산림보호에는 제격이었다. 지금은 그 연탄마저 뒷전으로 밀려나고 기름과 가스가 제 세상을 만났으니 `땔감 유전(流轉)’이라고나 할까.
푸르다고는 하나 우리 산림은 아직도 임목축적에 힘써야 할 단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선 병충해와 산불을 막고 사이치기〔間伐〕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짜임새 있는 산림경영도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만만치 않다.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 노릇을 하고, 물난리가 나면 휩쓸려 내려와 온갖 피해를 다 일으키는 것은 우리가 해마다 보는 그 대로다. 병해충의 잠복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포항 남구청과 포항 생명의 숲이 산속 나무쓰레기 재활용 운동에 나섰다. 살림이 어려운 이웃의 땔감으로 나눠주기다. 엊그제 1차로 100여곘을 주워모아 40여 가구에 나눠줬다고 한다. 말라죽은 삭정이, 벌채목을 치우니 좋고 땔감이 생기니 좋은 일이다. 이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기’다.
땔감 이야기를 하다보니 옛날 나무지게가 생각난다. 땔감 팔아 쌀사려고 나무장으로 가는 지게에 꺾어 꽂은 진달래, 그리고 그 꽃 따라가며 춤추던 나비들. 모두 옛날얘기다. 세상이 그렇게 달라졌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