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의회의 굴욕

2013-08-18     김용언

[경북도민일보=김용언 ] “사과한다는 것은 그의 치유될 수 없는 절망적인 습관이다. 친구가 그의 결점을 알게 되는 시초는 십중팔구 그의 사과 때문이다.” O.W. 홈스가 쓴 `아침식탁의 교수(敎授)’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김천시의회가  `반성문’을 썼다 해서 화제다. 지난 6월 28일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 취임식에 관용차량을 타고 참석한 것이 빌미다. `김천지역사회연구회’란 시민단체가 이를 문제삼자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서에 담긴 반성의 뜻이 절절하달 지경이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물의를 일으킨 데 대하여 모범을 보여야 할 의원으로서 지적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답변서는 또한 “관련규정을 어기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마치 반성문의 모범답안을 보는 것만 같다. 요즘 많이 쓰이는 시쳇말에 `굴욕’이란 게 있다. 누구에게 면박을 당해도 `○○○의 굴욕’이고, 뒤처지는 짓을 해도 `굴욕’이다. 이런 말투에 맞춘다면 `김천시의회의 굴욕’이라고 해서 지나칠 것도 없겠다. 비록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카노사의 굴욕’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공자가 군자의 수양에 관해 한 말이 나온다.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과 신을 주로하고,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지 말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사람에겐 허물이 있게 마련이다. 남들이 무엇이라고 하든지  눈치나 볼 것없이 솔직하게 고치라는 말이라고 풀이하면 좀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기도 하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사람의 한계이기도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