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배움터, 이젠 추억 속으로

2007-02-14     경북도민일보
 
 
 `70년 세월’을 거슬러 포항 호미곶 작은 어촌 학교, 대보초 대동배분교생들이 한 자리에 섰다. 마지막 졸업식을 가진 김 교사와 하영이, 지은이, 홍 교사가 모교에서 포즈를 취했다.    /임성일기자 lsi@
 

 
1936년 동해공립 보통학교 부설 대동배 간이학교 제2회 졸업 기념사진.
 
포항 대보초 대동배분교 마지막 졸업식
전교생 4명·올 졸업생 1명·교사 2명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3월 문 닫아

 
전교생 4명, 교사 2명, 올해 졸업생 1명. 경북 포항 호미곶에 자리잡은 초미니 학교.
 14일 대보초 대동배분교생들이 부르는 마지막 교가가 힘차게 울렸다.
 올해로 63번째 맞는 대보초와 대동배분교 합동 졸업식.
 이날을 끝으로 작고 아름다운 어촌 학교, 대동배분교도 `졸업’을 맞았다.
 교육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이곳이 대보초에 통합되기 때문.
 자그마한 교실을 가득 메운 마을 주민들과 학부모들 사이, 까치발을 든 한 교사가 애처롭게 졸업식을 지켜봤다.
 “하영이(6년), 지은이(5년), 선일이(5년), 수현이(4년)…가족처럼 지냈던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네요.”
 분교생 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홍인탁(45·분교 4·6학년)교사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대동배분교 마지막 졸업생인 김하영(13)양.
 김양은 이곳 분교 교사인 아버지 김동욱(39)씨를 따라 1년 전 전학을 왔다. 집 자리가 있는 북구 흥해에서 남구 대보까지 `끝과 끝을 오가는 통학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침 잠 보다 동생같은 분교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시간이 행복했다”고 했다.
 대동배분교는 지난 1920년 대동배 사립 동성학교로 설립, 43년에 공립 국민학교로 인가된 86년 전통의 초등학교.
 그러나 갈수록 심각해진 이촌향도 현상으로 어촌 인구는 급격히 줄었고 94년에는 초교에서 분교장으로 개칭됐다.
 학교 유지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 지난 5년동안 1학년 입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더욱이 학교 인근 마을인 대동배1리 70가구 중 학령 아동이 단 2명에 불과하면서 결국 폐교결정 됐다.
 대동배분교 16회 졸업생인 고명욱(59)대동배1리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세워 사랑방 같은 학교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대동배분교생들이 마지막으로 모교를 찾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아이들의 발길임을 아는 걸까.
 나지막한 운동장에는 스산한 작별의 바람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이지혜기자 hok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