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도둑

2007-02-14     경북도민일보
 쇠붙이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연성(延性)이다. 글자 그대로다.가늘고 길게 잡아 늘일 수 있다. 철사를 생각하면 된다.철사는 1만2000가지나 된다고 한다. 가짓수도 많거니와 그 쓰임새도 16만 가지에 이른다니 놀랍기까지 하다.철사는 인류가 야금(冶金)을 할 줄 알게 되면서 생겨났을 것이다.우리의 삶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게 자연스럽게 마련이다.아기들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구리선은 더욱 그렇다.
 요즘 구리 도둑이 횡행한다고 보도됐다. 대구에서는 고물상에 쌓아둔 구리선과 동파이프가 무더기로 없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자그마치 2000㎏나 도둑맞은 그날 어떤 고물상은 철탑에서 구리뭉치를 떼어내려다 감전돼 전신 화상을 입는 일도 일어났다. 구리값이1 ㎏에 4000~5000원이나 되고보니 도둑들의 `눈독 품목’이 됐나보다. 최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렇지 이런 도둑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대낮에 남의집 철대문까지 떼어가는 세상이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지체 높은 도둑이다.“리비에라 사람들은 실크해트를 좋아한다.맵씨가 좋을 뿐만 아니라 훔친 물건을 일단 숨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농담도 있다.”J.건서의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설마 실크해트를 쓴 신사가 목숨걸고 고압철탑에 오르랴.더 가증스러운 게 화이트 범죄다.우리나라는 어떤가?  도둑질은 들통나고 덜미 잡히면 법의 심판을 받는다. 그렇다고 도둑이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명심보감(明心寶鑑)을 한번 펼쳐본다.“곡식이 익었을 때 거두지 않는 것, 쌓는 것을 마치지 못하는 것, 일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게을러 밭을 갈지 않는 것, 공과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극히 꾀있고 해로운 일만 하는 것, 계집 기르기를 많이 하는 것,낮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 술과 음식을 탐내는 것, 심히 남을 시기하는 것이 열가지 도둑이다.”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