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버팀목 역할 든든히 할때 포항이 바로 변신을 꿰할 적기다

철강도시 피츠버그시 붕괴 위기서 산업구조개편으로 살아나

2013-08-28     손석호기자

[경북도민일보 = 손석호기자]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왕국 미국의 상징도시다. 미국 3대 도시의 하나로 최고의 소득을 자랑했다. 그러나 60년대 일본 자동차가 미국에 상륙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산업 메카라는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공무원·노조·시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임금과 과다 복지에 길들여진 노조는 파업으로 저항했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시정부도 군살을 빼긴커녕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공장을 멕시코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실업률이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디트로이트의 심장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회사가 고전하자 고질병이 곪아터졌다. 90년대 100만 명으로 떨어진 인구는 지난해 70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공장과 인구 감소는 세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도시는 흑인이 83%를 차지하고 인구의 3분의 1은 극빈층이다. 범죄율 역시 미국 1위다. 디트로이트 중앙 기차역에는 철도운행이 중단됐다. 결국 주 정부는 180억 달러. 20조원이 넘는 자치단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과 시의회 권한은 정지됐다.
 피츠버그시 역시 한때 미국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공업도시였다. 1875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철강사업을 시작하고 US 스틸이 설립되면서 1911년 피츠버그는 미국 철강 소비량의 50%를 생산하는 철강도시로 부상했다. 피츠버그에는 약 1000개의 공장이 들어섰고 운송업이 발달하면서 미국의 3대 항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철강산업의 퇴조로 1970년대 위기에 봉착했다. 공장은 문을 닫았고, 고용이 급감하면서 70만명에 이르렀던 인구가 30만명으로 급감했다.
 미국내 10위의 도시 순위도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디트로이트와 다른 선택을 했다. 과감한 `산업구조개편’이다. 지방정부는 1970년대부터 지역대학 연구소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산학협력체를 구성했다. 도시를 떠나려던 기업은 눌러 앉았고,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의료와 바이오, 교육, 관광 산업이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대학’이다. 카네기멜론대학 등 35개 대학이 교육과 연구 인프라를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대학과 연관된 로보틱스, 첨단의료기술 등이 피츠버그를 상징하게 됐다. 피츠버그에는 제철소가 없다. 제철소 없는 철강도시 피츠버그가 탄생한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노조가 파업을 일삼고, 시 재정이 파탄으로 치닫는 가운데 공무원들은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때 피츠버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지역발전민간협의체인 `엘러게니컨퍼런스’ 주도로 도시회생에 전력을 기울였다. 세계적 식품회사 하인즈의 헨리 존 하인즈 회장은 피츠버그를 예술타운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피츠버그 문화 트러스트가 그것이다.
 영원한 기업은 없다. 포스코도 예외일 수 없다. 포스코가 비철강 분야로 변신을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가 버팀목 역할을 든든히 할 때인 지금이 바로 포항의 변신을 꾀할 적기다. 포항의 모델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피츠버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