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포옹

2007-02-15     경북도민일보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이 지난 5일 자기나라 북부 만토바 근교에서 포옹한 채 묻힌 5천-6천년 전의 선사시대 한 쌍의 남녀 유골을 발견했다고 AP가 이튿날 보도했다. 온전히 유지된 치아상태로 보아 젊었을 때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유골은 그 형상의 사진이 국내 신문에도 큼지막하게 실려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마주 껴안은 형해(形骸)가 사뭇 감동적이다.
 `그것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다.’ AP는 이 기사의 리더를 이렇게 잡았다. 그렇다. 선사시대에도 청춘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은 있었을 것이고, 이승에서는 끝내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천국에서 영원한 사랑을 이루고자 한 비극도 있었을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기사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선사시대의 포옹’이 발굴된 곳은 세익스피어의 이 슬픈 이야기의 무대인 베로나에서 남쪽으로 겨우 25마일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한 인류학자는 그런 점에서 이번 발굴은 과학적 가치보다 감정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유골의 주인공이 혹시 로미오와 줄리엣일지도 모른다는 짐작도 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포옹한 연인의 유골을 주변 흙까지 들어내 원형대로 박물관에 보존키로 했다. 만약 그들이 전설의 그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면, 사람들이 이 슬픈 스토리를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끼워넣지 않았던 사실이 무슨 운명같이도 느껴진다. 이렇게 영원한 포옹(eternal embrace)을 하게될 운명이라면,  길게 보아 결코 그것은 이루지 못할 비극적 사랑(doomed love)이라고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극적인 사랑의 원형이자 상징이 되어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원에 대해서 진작부터 설이 분분하다. 고대 로마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파라모스와 티베스 전설에 기인한다는 설도 그 중의 하나다. 영국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선가 영원한 포옹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이 슬픈 스토리를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넣지 않았던 걸까.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