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자영업자 가계 무너진다

한은 보고서, 중소득·중신용 채무부담 증가

2013-10-31     연합뉴스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구호와 달리 중산층·자영업자 가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 침체 탓에 이들의 소득은 제자리인데,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으로 연 30%대 고금리 대출은 늘었다. 천정부지로 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는 전세자금대출부담도 증가해 다중채무·고령층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
 결국 중산층·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소득(소득 3~4분위)·중신용(신용도 5~6등급)의 채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위험관리가 중·저신용자에 집중됨에 따라 이들의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2011년과 2012년에 잇따라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의 시행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부의 대출 억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부업체 대출에서 중신용 계층의 비중은 2010년 말 13.5%에서 지난해 말 16.0%로 커졌다.
 특히 자영업자는 대부분 중소득·중신용 계층에 속했다. 즉, 중산층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이다.
 소득 3분위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부담비율(DSR·경상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18.2%로 임금근로자 평균(11.7%)의 1.5배를 넘었다. 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은 지난 3월 말 평균 1억20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 1인당 대출(4000억원)의 3배에 달했다.
 자영업자는 부채의 규모가 클뿐더러 부채의 질도 나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은행의 가계대출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대출은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방식의 비중이 39.3%로 임금근로자(21.3%)보다 컸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20.4%가 2013~2014년에 만기를 맞는다.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명목으로 돈을 끌어온 중복대출의 잠재부실률(총 대출금에서 연체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말 3.4%에서 지난 6월 말 4.1%로 높아졌다. 은행과 제2금융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010년 말 0.84%에서 지난 3월 말 1.34%로 높아졌다.
 중산층·자영업자의 어려움에는 전세가격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업종의 편중 현상,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